이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유가 들썩

입력 2011-12-28 18:53

이란이 원유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경고하고, 미국이 이를 강력히 비판하는 등 양국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란의 위협으로 국제유가는 올랐다.

미국 국무부 마크 토너 부대변인은 27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이란의 해협 봉쇄 위협에 “핵의무 불이행이라는 실제 문제에서 국제사회의 주의를 분산시키려는 이란 정부의 또 다른 시도”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일종의 엄포이자 협박”이라고 규정했다.

앞서 모하마드 레자 라히미 이란 부통령은 미국 등의 제재 조치를 겨냥해 “만약 이란 석유에 대한 제재조치가 채택될 경우 한 방울의 원유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은 실제로 24일부터 열흘간 일정으로 해협 봉쇄를 목적으로 하는 해상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미 정보당국은 이란이 단기적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있는 충분한 군사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전력 정보 분석업체인 스트랫포는 미 정부가 호르무즈 봉쇄를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저지하려 할 것이며, 이란이 봉쇄를 강행한다면 대단히 심각한 사태로 발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실제로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할 경우 유가는 배럴당 200달러가 넘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특히 이번 경우에는 북아프리카·중동 지역의 정정 불안으로 이미 원유 공급에 차질이 있고, 유럽 국가들의 비축량이 적으며, 유가가 과거 석유 위기 때보다 이미 현저히 높게 형성돼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게다가 내년에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을 공습할 가능성이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일부 언론들은 지난달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났을 때, 미국의 동의 없이 이란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 달라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했으나,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테헤란 주재 대사관이 시위대로부터 습격당했던 영국은 만일의 경우에 대비한 군사적 계획을 수립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의 위협소식에 27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주 종가보다 1.66달러(1.7%) 오른 배럴당 101.3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선물시장에서 북해산 브렌트유는 전날보다 1.05달러(0.97%) 오른 배럴당 109.01달러에서 움직였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서방의 추가 제재로 유럽에 대한 이란 석유 수출이 중단되면 공급 부족분을 보충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석유업계 소식통이 로이터에 전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