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일 영결식] 권력엘리트 인맥 취약… 만만찮은 ‘김정은 홀로서기’

입력 2011-12-28 22:13

북한의 새 지도자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은 ‘홀로서기’가 가능할까.

김정은은 28일 아버지의 영결식이 끝남에 따라 국정을 책임지고 이끌어야 하는 무거운 짐을 안게 됐다. 그가 갑작스럽게 공백이 생긴 권력을 제대로 장악해 명실상부한 최고지도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북한 언론매체들은 김정은에게 군 최고사령관 호칭을 하는가 하면 노동당 총비서직에 오를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북한이 김씨 세습왕조나 다름없는 데다 중국이 ‘김정은 승계’를 인정하고 있어 형식상으로는 권력 핵심인 군과 당의 최고지도자 자리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김정은 체제가 확고해지는 것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권력 엘리트들이 20대 어린 지도자 김정은에게 대를 이어 충성을 다할지 여부다. 김정은은 2009년 1월 후계자로 내정된 뒤 지난해 9월 당대표자회의를 통해 공식 데뷔했다. 1년여 동안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후계자 수업을 받았지만 독자적으로 권력을 행사해본 적은 거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군과 당의 고위간부들이 일사분란하게 김정은을 따를지는 불투명하다.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경우 권력 엘리트 인맥이 취약하기 때문에 집권 기반을 다지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을 하고 있다. 어린시절 북한을 떠나 스위스에 유학했으며, 김일성군사종합대학 시절에는 집에서 교수들의 과외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랫동안 권력을 다지면서 자신의 인맥을 구축했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는 확연히 다른 점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후원그룹의 지지와 조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후원그룹은 고모인 김경희 당 경공업부장,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이영호 군 총참모장,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김정각 총정치국 제1부국장 등이 해당된다. 특히 장 부위원장의 경우 김 위원장 사망 후 대장 칭호를 받은 점에 비춰 김정은의 권력 다지기에 가장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최고지도자로서의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 권력엘리트들의 지지에 균열이 생길 것임은 불문가지다. 그렇게 되면 장 부위원장 부부에 의한 섭정이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김정은 체제가 크게 흔들릴 수도 있다.

주민들의 충성 여부도 김정은 체제 안착에 중요한 부분이다. 북한 주민들에게는 맹목적으로 대를 이어 충성하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김정은은 후계자로 내정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데다 나이마저 어리기 때문에 김 위원장이 승계했을 때와 비교하면 충성도가 낮을 게 분명하다. 김 위원장 생전에 어느 정도 우상화 작업을 했지만 ‘김정은=영도자’란 이미지가 주민들의 가슴에 각인된 것은 아니다.

주민들의 충성 여부는 경제회생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은 내년을 ‘강성대국’의 원년으로 삼아 민심을 다독인다는 계획이지만 성과를 낼지는 더 두고 봐야겠다.

성기철 기자 kcs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