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비대위, 정몽준·이상득·이재오 등 ‘정조준’… 내부 갈등 조짐

입력 2011-12-28 19:08

한나라당의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가 공식 출범과 동시에 고강도 쇄신 작업에 나서면서 여권 전체가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당 바깥에서 수혈된 비대위원들을 중심으로 현 정권 핵심·실세 퇴진론이 터져 나오면서 의원들은 선수와 계파에 상관없이 쇄신 칼날이 어디로 튈 것인지 노심초사하는 양상이다. 벌써부터 내부 갈등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이상돈 비대위원은 28일 언론과의 접촉에서 “당 대표를 지낸 사람이나 현 정권의 공신·핵심으로 거론됐던 사람들”을 국정실패 책임자로 규정했다. 이명박 정부 4년 동안 당 대표를 거쳤던 정몽준, 안상수, 홍준표 의원을 비롯해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 특임장관을 지낸 이재오 의원 등이 사실상 인적 쇄신 대상으로 지목된 것이다.

지금까지 당내에서는 내년 4월 총선을 겨냥한 물갈이론 수위가 다선·고령 의원 위주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박 비대위원장이 ‘계파에 상관없는 시스템 공천’을 예고한 마당에 비대위원들까지 현 정권 책임론을 공론화하면서 물갈이 폭은 친이명박계, 친박근혜계 가릴 것 없이 무차별적으로 단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때문에 비대위의 향후 행보에 따라 당 전체가 내홍에 휩싸일 개연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천 물갈이 과정에서 당내 세력 간, 차기 대선주자 간 갈등이 폭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쇄신 대상으로 거론된 당사자들은 말을 아끼고 있지만 친이계에서는 “무조건 청와대와 차별화하겠다며 MB정권 인사들을 자르겠다는 것이냐”는 반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한 친이계 의원은 “비대위가 모든 책임을 현 정부에 지우겠다는 것은 절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이계 전여옥 의원은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비대위원이 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1993년 뇌물죄로 2년 동안 징역 사신 분”이라고 비꼬았다. 그는 또 20대 이준석 비대위원에 대해서도 “이 분은 김 전 수석의 전력을 숨기기 위한 들러리 아니었을까”라고 자신의 블로그에 썼다. 정권 실세로 불린 인사의 한 측근은 “재창당하자고 해놓고 싸우면 안 된다”고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친박계 중진의원도 “(비대위가) 미리 (공천) 가이드라인 같은 것을 제시해선 안 된다. 자기 생각을 거르지 않고 마음대로 말하는 것은 (비대위원 자격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른 친박계 의원도 “현 정부에 책임을 진 사람들이 문제가 있다면 (물갈이를) 하는 거지만 비대위원이 분란을 일으키는 건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 출신 의원은 “비대위가 마치 (박 비대위원장) 자문단 같다. 비대위가 박근혜 추대위원회냐”고 비대위 구성에 대한 불만도 터뜨렸다. 따라서 당내 갈등이 비등해질 경우 박 비대위원장이 조율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편 비대위는 매주 월요일 정례회의를 가진 뒤 파격적인 쇄신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비대위원들은 “당을 완전히 뜯어 고치겠다”며 ‘결기’까지 보이고 있다. 박 비대위원장도 27일 첫 회의에서 “앞으로 비대위 회의 때 의결 사항이 있어야 하며, 반드시 의결할 안건을 포함시키겠다”고 강조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다른 비대위원은 “그냥 돌아가며 한마디씩 하는 옛날 최고위원회의식 운영은 안 하겠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