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의 바둑이야기] 2011년을 마무리하며
입력 2011-12-28 18:43
2011년의 대미를 장식할 승부가 12월에 연이어 펼쳐졌다. 8개 팀으로 출발한 ‘2011 한국바둑리그’는 10개월의 대장정 끝에 챔피언이 가려졌다. 더블리그 후 상위 4팀은 마지막까지 치열한 순위다툼 끝에 포스코LED 1위, 영남일보 2위, 하이트진로 3위, Kixx 4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시작 전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로 지목받던 Kixx는 하이트진로에 패하며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다. 2, 3위 대결인 플레이오프에서는 ‘젊은 선수’로 구성된 하이트진로가 기세를 타며 영남일보를 눌렀다.
지난 20∼21일 열린 챔피언 결정전에서는 첫날 1승 1패의 팽팽한 승부가 이뤄졌으나 하이트진로 주장 최철한이 포스코LED 5지명자 김정현에게 패하며 승부가 기울어졌다. 그리고 마지막 백홍석의 결정타로 한국바둑리그에 첫 출전한 포스코LED가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최연소로 첫 지휘봉을 잡았던 김성룡 감독은 상대팀에 대한 정밀한 분석으로 단체전 상대 오더를 정확히 예측하며 ‘오더의 달인’으로 등극해 감독상을 수상했다.
또한 포스코LED 주장 강동윤은 12승 2패의 경이로운 성적으로 정규리그 최우수 선수, 1지명 랭킹 1위, 다승왕 등 3관왕에 오르는 영광을 안았다. 포스트시즌 최우수 선수로는 역시 최철한을 꺾으며 팀 승리를 안겨준 김정현. 신인상은 올해 최연소로 출전한 영남일보 나현이 수상했다. 가장 큰 대마를 잡은 선수에게 주는 대마상은 박정환을 상대로 46개 대마를 잡은 박영훈이 차지했다.
이렇게 한 해를 마무리하는 큰 잔치가 끝이 나고 흥이 가시기도 전에 22일 또 다른 승부가 이어졌다. 2011 올레배 바둑오픈챔피언십 결승 5번기 4국이 펼쳐졌다. 많은 사람들이 보고 싶어 했던 양이(兩李)의 대결로 이창호 9단와 이세돌 9단이 만났다. 5번 승부에서는 늘 이창호가 강했기에 첫판을 이긴 이창호 쪽으로 승부가 기우는 듯했다.
하지만 이세돌은 2국과 3국을 완벽한 실력으로 낚아챘다. 그리고 맞이한 4국. 이번 대회 우승은 상당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세돌은 현재 부동의 랭킹 1위를 지켜가고 있지만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이 이창호가 이세돌에게 왕위를 물려주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상대전적에서도 이창호가 앞서고 있다. 이세돌은 이런 불명예를 이번 기회에 씻어버리고 싶어 했다.
이창호 역시 사면초가 상황이다. 이 타이틀을 놓치면 입단 이후 22년 만의 무관으로 전락하고 만다. 4국의 흐름은 이창호 우세. 초반부터 중·후반까지 많이 앞서나가며 편안한 형세였다. 하지만 세월 앞에 장사 없다던가. 초읽기에 들어서며 이창호는 전매특허였던 끝내기에서 무너졌다. 믿을 수 없을 만큼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며 결국 반집으로 무릎을 꿇었다. 2011년 마지막 대국에서 승부의 여신은 이세돌의 손을 들어주었다.
<프로 2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