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정실패 책임지는 사람 있어야

입력 2011-12-28 18:25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 행보가 거침이 없다. 중앙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과 관련해 비서가 구속된 최구식 의원에게 자진 탈당을 요구하고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기로 전격 결정한 데 이어 어제는 이명박 정부 핵심·실세들의 용퇴론을 제기했다. 비대위 회의에서 논의돼 공식 발표된 것이 아니라 비대위원인 이상돈 중앙대 교수가 한 언론과의 전화 통화에서 언급한 것이지만 현 정부와의 차별화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흘려들을 수 없는 내용이다.

이 교수 발언을 요약하면 이렇다. 2004년 한나라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후폭풍으로 흔들릴 때 최병렬 대표 등이 은퇴했고 그 자리에 새 인물이 들어감으로써 총선 때 선전했으나 이명박 정부 국정 실패에는 책임을 지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현 정부 핵심이나 실세로 불렸던 인사들은 민심이반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 여당과 국민에 대한 도리라는 것이 결론인 셈이다.

자칫 계파 갈등을 촉발시킬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지만, 올바른 지적이다. 한나라당 인적 쇄신의 출발점은 이 대통령으로부터 각별한 신임을 받아 중용됐던 인사들의 용퇴여야 한다. 한나라당이 생존을 걱정할 정도의 위기에 처한 데에는 국민과의 소통 부재와 인사 난맥상 등을 되풀이한 이 대통령과 대통령 측근들 책임이 크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얼마 전 내년 총선을 준비 중인 MB맨들에게 여당이 유리한 선거구에 출마할 생각을 접으라고 권유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당선되기 힘든 곳에 나가 대통령 철학을 알리라는 말이지만, 출마를 포기하라는 뜻도 담겨 있다고 봐야 한다.

대통령 형인 이상득 의원은 자의반타의반으로 총선 불출마 의사를 이미 밝혔다. 현 정부에서 실세나 공신으로 통하며 권력을 행사했던 인사들도 한나라당이 인재를 폭넓게 영입할 수 있도록 물러나는 것이 옳다. 공천 받으려 생떼를 쓰며, 변화하려는 한나라당 발목을 잡는 우를 범할 경우 더 큰 비난에 직면할 것은 뻔한 이치다. ‘이명박 시대’를 대체할 새로운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