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는 소방관…“불난집 위층” 방심 소극대응, 일가족 4명 질식사

입력 2011-12-28 00:22

빌라에서 화재가 발생한 지 13시간 만에 불이 난 층의 바로 위층에서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돼 화재수습 과정의 헛점을 드러냈다.

특히 일가족은 화재 대피과정에서 변을 당한 것으로 보이지만 소방당국은 문이 잠겼다는 이유로 미온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확인돼 비난이 일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동 3층짜리 빌라 201호에서 화재가 발생한 시각은 27일 오전 5시12분쯤. 분당소방서는 30여분만에 화재를 진압하고 연기를 마신 201호 주민 2명 등 빌라 주민 7명을 병원으로 이송했다. 빌라에는 8가구 21명이 거주하고 있다.

소방대원들은 화재 발생 33분만인 오전 5시45분에 불길이 잡히자 현장을 정리한 뒤 철수했다. 당시 소방대원들은 201호 위층인 301호의 문이 잠겨 있는데다 인기척이 없어 집을 비운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화재 발생 13시간 가까이 지난 이날 오후 6시9분쯤 이웃 주민이 건물관리인, 열쇠수리공과 함께 301호 문을 열고 들어가 거실과 안방에서 일가족 4명이 숨진 것을 발견했다. 거실에서는 3명이 쓰러져 있어 이들이 대피과정에서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따라 소방대원들이 초동진화 당시 적극적인 대응으로 301호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갔다면 일가족을 살릴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다.

경기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현장에서 대원들이 301호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두드리는 등 집안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연소 확대 가능성이 크지 않아 301호까지 피해를 입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집안의 그을음이 많았고 타살 흔적이 없는 점 등으로 미뤄 일가족이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진화과정에서 과실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남=김칠호 기자 seven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