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수영구 ‘반값 교복’ 해냈습니다”… 구청서 2012년도 지원 예산 반영
입력 2011-12-27 19:46
“고가의 브랜드 교복 대신 저렴한 지역업체 교복을 지원함으로써 학부모와 학생, 지역경제 활성화에 1석3조로 기여할 것입니다.”
박현욱(56) 부산 수영구청장은 27일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반값 교복’ 지원을 결정한 뒤 “10여년간 품어온 생각을 이뤄 기쁘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구청장은 2000년 초 중학교 운영위원장을 지낼 당시 교복 공동구매를 통한 교육비절감에 앞장섰다. 하지만 학생과 학부모가 “자율성을 무시하는 일”이라고 반대했고, 교사들도 공동구매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면서 무산됐다.
박 구청장은 사춘기에 접어든 중학생들에게 근검절약을 실천하게 하고, 위화감을 없애 공동체 의식을 심어주는 가장 좋은 방법이 교복 공동구매라는 신념을 버리지 않았다.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반값 등록금’과 ‘반값 교복’ 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고, 교사와 학생, 학부모, 어머니회, 교육청 관계자 등 모두가 ‘반값 교복’을 희망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는 확인했다.
이에 박 구청장은 구의회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반값 교복’ 지원사업을 결정했다. 구의회는 최근 수영구 관내 6개 중학교 내년도 신입생 1300여명의 교복구입비 지원예산 1억6380만원을 의결했다.
구청 측은 최근 6개 중학교와 협약을 맺고 내년도 신입생의 동복과 하복을 공동구매하는 사업을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 학교별로 교복공동구매추진위원회를 꾸려 공개입찰을 통해 교복업체를 선정, 공동구매를 진행할 계획이다.
중학생 동복의 경우 개별구매 때 한 벌당 24만원 안팎이지만 공동구매 땐 16만원으로 낮출 수 있다. 이 가격의 50%인 8만원을 구청에서 지원하는 방식이어서 학생들은 8만원으로 교복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구청은 내년 중학교 신입생 한 명당 동·하복 비용으로 총 12만원을 지원한다.
교육과학기술부와 각 지자체가 교복공동구매 사업을 추진했지만 학교의 참여율이 저조하고 학생들의 브랜드 교복 선호가 여전해 별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박 구청장은 수영구청의 ‘반값 교복’ 사업이 각 지자체로 확산되길 기대하고 있다.
박 구청장은 “‘반값 교복’이 실현되면 그만큼 학부모들의 교육비 부담이 줄고 학생 간의 위화감 해소와 근검절약 실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물론 지역 교복업체가 공동구매에 참여해 지역경제 발전에도 도움이 되는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글·사진 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