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숨겨놓고 실종신고·가짜자료 제출로 보상금 꿀꺽… 法 허점 노린 지능적 보험사기 는다

입력 2011-12-27 21:38


A씨(43)는 2004년 3월 당시 21세이던 아내 B씨에게 13가지 보험에 들게 한 뒤 그해 8월 아내가 사라졌다며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A씨는 실종선고 요건인 ‘5년간 소재불명’이 충족될 때까지 아내의 행적을 철저히 감춰 2010년 법원으로부터 실종 선고를 받았다. A씨는 이를 근거로 8개 보험사에 24억원 상당의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다. 하지만 A씨는 실종신고 직후 거주지를 다른 곳으로 옮겨 2005∼2007년 아내와 2년간 당구장을 운영한 사실이 탄로 나면서 구속기소됐다.

B씨(51)는 2008∼2010년 자신과 딸이 뺑소니를 당했다고 경찰에 4차례 허위 신고했다. 이를 근거로 ‘교통사고사실확인원’을 발급받은 뒤 뺑소니 사고 피해자에게 지급하는 정부보장사업 보상금을 신청해 920만원을 수령했다. 정부의 자동차손해배상 보상사업은 허위신고를 하더라도 수사기관에서 확인할 수 없어 보상금을 받기 쉽다는 점을 악용했다.

카레이서 자격증을 가진 자동차 전문가와 외제자동차 동호회원이 포르쉐 등 고가의 외제차를 몰고 나갔다가 일부러 사고를 내고 고액의 보험금 지급을 청구한 사례도 있었다. 이들은 블랙박스를 사고 차량에 장착해 사고 영상을 보험회사에 제출해 사실인 것처럼 꾸몄다. 선박회사 대표 C씨(53)는 배가 사고 났을 때 부담하는 수리비(자기부담금)를 면하기 위해 선박 수리비를 부풀려 보험회사에 청구하는 수법으로 1억원을 챙겼다. 선박 부품에 대한 객관적 견적자료 미흡 등으로 손해사정사가 부풀린 점을 적발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용했다.

보험범죄가 갈수록 지능적으로 바뀌고 있다. 기존 허위진단서 발급이나 고의 접촉사고로 보험금을 타내던 수법이 제도의 허점을 노리거나 사실처럼 보이기 위해 증거자료를 제출하는 등 고도의 수법으로 진화하고 있다.

정부합동 보험범죄전담대책반(서울중앙지검 허철호 형사4부장)은 27일 A씨 등 실종선고 보험사기 미수범 등 6명을 구속기소하고 B씨 등 정부보장사업 보험사기범 2명 등 11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대책반은 금융감독원 등으로부터 받은 보험범죄 혐의자료 87건, 425명(보험금 합계 195억여원)을 분석해 수사가 필요한 사안을 관할지검에 이첩하거나 중앙지검 관할 경찰서에서 수사토록 했다.

대책반 관계자는 “보험범죄가 매년 크게 증가하고 적발하기 어려울 정도로 지능화되고 있다”며 “보험사기로 인한 보험금 누수는 선량한 가입자의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적극적인 신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