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수위 넘은 학교폭력] 부회장까지했던 멀쩡한 아이가 학교폭력 충격에 지적장애아로

입력 2011-12-27 19:00

청소년폭력예방재단 공개사례

대구에서 집단 괴롭힘에 시달리던 중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데 이어 경기도에서 한 여중생이 학교폭력 후유증으로 지적장애 판정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7일 청소년폭력예방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 다니던 A양(14)은 또래 6∼7명에게 집단폭행을 당한 후 지적장애 3급 판정을 받았다.

조사결과 이들은 서울에서 이사 왔다는 이유로 A양을 괴롭히기 시작했고, 발로 배를 걷어차고 몽둥이로 때리는 등 폭행했다. 초등학교에서 학교 부회장을 할 정도로 활발했던 A양은 폭행 이후 대인기피증이 생기고 공간지각력이 떨어져 현재는 특수학교에 다니고 있다. A양 어머니는 학교 측에 가해 학생들에 대한 처벌을 강력히 요구했지만 교장이 바뀌면서 처벌 없이 넘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9월 말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던 B양(17)도 급우들로부터 집단 괴롭힘을 당한 뒤 자살을 시도했다. 다행히 어머니가 B양을 발견해 목숨은 건졌지만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가해 학생들은 협박성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B양의 머리에 가래침을 뱉었고 학교에서 옷을 벗기기까지 했다.

B양 가족도 가해 학생들의 강력한 처벌을 원했지만 학교 측은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B양은 현재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으며 전학해 1학년 과정부터 다시 시작할 예정이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유해인 간사는 “심각한 학교 폭력이 발생해도 학교에서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사건을 무마하기에 급급하다”며 “학교폭력 피해를 당하면 심리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겐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A양은 위암 2기 판정을 받은 어머니와 함께 기초생활수급비를 받고 생활하고 있으며, B양은 자폐장애가 있는 오빠, 교통사고로 몸이 불편한 어머니와 함께 지내고 있다.

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