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수위 넘은 학교폭력]대구 자살학생 가해자 더 있나… 이웃주민 “학생 4명 피해학생 집 몰려갔다”

입력 2011-12-27 22:23

중학생 자살사건을 수사 중인 대구 수성경찰서는 학생 4명이 피해자 A군(14·중2)의 집으로 몰려가는 것을 목격했다는 아파트 주민들의 진술을 토대로 아파트 단지 내 전체 CCTV 화면 분석에 집중하고 있다고 27일 밝혔다.

경찰은 수사결과가 나오면 가해 학생들을 상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등 빠른 시일 내 수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대구 교육계는 물론 우리 교육계 전체가 충격에 휩싸이면서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획기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교육청과 경찰은 평소에 절친했던 친구들 사이에도 지속적인 폭력행위가 발생했고, 결국 자살로까지 이어졌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A군을 죽음으로 내몬 가해학생 중 1명은 지난 4월 학교에서 실시한 교우도 조사에서 서로 이름을 적었을 정도로 친한 사이였다. 가해학생들은 경찰조사에서 “그저 장난삼아 한 일이었는데 이렇게 될 줄 몰랐다”며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 못하는 상황이다.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모두 학교나 가정에서 특별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없고, 가정환경 역시 지극히 평범한 중산층에 속한다. 교사나 가해학생 부모들 역시 얌전한 성격의 아이들이 이런 끔찍한 사건을 일으킬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가해학생들을 조사하면서 교사나 부모들이 아이들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A군의 어머니 임모(47·교사)씨는 사건 이후 1주일간 아들을 잃고 힘든 나날을 기도로 이겨내고 있다. 임씨는 “내가 가해 학생 또래인 중학생을 가르치는 교사이지만 학교폭력이 이 정도로 심할 줄 상상하지도 못했고, 우리 아이가 이 정도로 당했는지 몰랐던 것은 나의 잘못”이라고 자책했다. 그는 “매일 아침 아들의 사진을 보며 (그들을) 용서해 달라고 기도한다”며 “솔직히 가해 학생들을 내 아이와 똑같이 해주고 싶은 생각도 있지만 모두가 어려움을 이겨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임씨는 또 인터넷에서 가해 학생들의 신상이 공개되는 것에 대해 “절대 안 된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구시교육청은 유사사건 재발대책으로 학교폭력의 정확한 실태조사를 위해 현재 초등학교 1·4학년과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학생 정서·행동발달 선별검사’를 전 학생으로 확대 실시토록 했다. 또 학교폭력 신고에 대한 두려움을 없앨 수 있도록 신고 후 발생할 수 있는 보복에 대한 대처방안도 마련키로 했다.

대구=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