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시대] 김정은의 환대, 대남 메시지인가 조문 답례일 뿐인가
입력 2011-12-27 22:20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1박2일간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조문 일정을 마치고 27일 귀환했다.
이들은 조문 차원에서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과 만났을 뿐 별도의 면담은 없었다고 말했다. 또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의 면담에서도 일반적인 얘기들을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정은이 두 사람을 깍듯이 예우하고 김 상임위원장이 6·15 남북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언급한 것은 향후 남북관계 개선의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정부는 일단 북한의 태도에 대해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과 현대그룹의 지원에 관한 답례”라고 보고 있지만 북한의 속내를 파악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여사 측은 이날 오후 3시30분쯤 윤철구 김대중평화센터 사무총장 등과 함께 경기도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귀환했다. 윤 사무총장은 이 여사를 대신해 취재진에게 “(조문을 위해) 약 40∼50분간 기다렸다가 10분 정도 (김정은을) 면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윤 사무총장은 김 상임위원장이 이날 오전 11시 만수대의사당에서 이 여사를 만나 조의 방문에 감사를 표시했다고 전했다. 이 여사도 김 상임위원장에게 “김 전 대통령 서거 때 북측이 조문단을 보내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윤 사무총장은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의 6·15 공동선언과 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의 10·4 선언이 계속 잘 이행되길 바란다는 김 상임위원장 언급도 공개했다.
이 여사 측은 또 김정은이 이 여사 일행에 대해 “최대의 편의로 돌봐 드려라”고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의원은 오후 동교동 자택 앞에서 “백화원초대소로 영접나온 원동연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 부위원장이 이 여사에게 김정은 부위원장으로부터 받은 이 지시 내용을 전했다”고 밝혔다.
그는 “원 부위원장이 ‘김정은 대장 동지께서 6·15 때 오셨던 것과 똑같은 대우로 모시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말했다”면서 “그래서 원 부위원장은 ‘6·15 때 백화원초대소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내외가 묵으셨던 101호에 이번에도 묵도록 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여사보다 30여분 일찍 귀환한 현 회장은 “(김정은에게) 그냥 애도 표명만 했지 별도의 얘기는 없었고 따로 만난 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김 상임위원장과의 면담에서도 “일반적 얘기만 했고 순수 조문 목적이었기 때문에 다른 이야기는 안 했다”고 설명했다. 방북기간 중 조문단은 다른 북측 인사와 식사를 한 적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류우익 통일부장관은 이날 저녁 서울 삼청각에서 이 여사와 3남 김홍걸씨, 박지원 의원, 현 회장 등과 만찬을 가졌다.
류 장관은 “먼 길에 고생하셨다”면서 “정부에서는 가지 않았지만 두 분(이 여사·현 회장)이 조문을 해서 그것이 향후 남북관계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현 회장에 대해서는 “현 회장님 일도 잘 풀리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류 장관은 “(이명박) 대통령께서 추운데 원로(먼 길)에 갔다 오시느라고 애 많이 쓰셨다고 저보고 꼭 전달하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류 장관이 “같이 못 가서 섭섭하셨죠”라고 하자 “많이 섭섭하다”고 답했다.
이용웅 기자 yw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