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걸음부터 ‘쇄신 드라이브’… 檢수사 국민검증위 추진

입력 2011-12-27 22:19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비대위원 인선을 발표하자마자, 강력한 쇄신 드라이브를 걸었다. 홍준표 전 대표 낙마의 결정타가 된 중앙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으로 비서가 구속된 최구식 의원에게 자진탈당을 권유했고 비대위 산하에 ‘검찰수사 국민검증위’를 설치키로 했다. 위원장에는 26살의 이준석 비대위원을 앉히는 파격도 연출했다.

말 그대로 속전속결 전공법이다. 박 비대위원장도 철저한 수사를 강조했고, 다른 비대위원들도 과감한 처리를 주문했다. 결국 디도스 사건 관련성을 극구 부인하고 있는 최 의원에게 탈당을 요구하는 강수가 나왔다. 이 과정에서 외부 출신 위원들은 한나라당이 디도스 사건을 넘지 않고서는 민심을 되찾아오기 어렵다는 의견을 피력했다고 한다.

아울러 국회의원의 회기 내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겠다고 했다. 불체포 특권은 권위주의 정권 시절 야당 의원들의 ‘보호막’으로 여겨지던 것이어서 사실 상징적 효과를 노렸다고 볼 수 있다. 의원총회 의결을 통해 선언하겠다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하지만 여론에는 여당 의원들의 자기희생 또는 기득권 포기로 비쳐질 수 있다.

결국 ‘박근혜 비대위’의 지향점이 첫 회의에서 완연하게 드러난 셈이다. 핵심 당직자는 “철저하게 국민 눈높이에서 모든 사안을 접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 정권의 ‘불통’ 이미지를 한나라당부터 벗어 버리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대통령 친인척 비리 등 권력형 부패사건에 대한 검찰의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한 것은 현 정부와의 거리두기 차원으로 풀이된다. 한 비대위원은 “청와대와 확실한 선 긋기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인 위원은 “박 비대위원장이 이명박 정부 틀에 갇히면 아무것도 안 된다. 벗어나야 한다”며 MB 정권과의 단절을 요구했다.

이런 기류는 비대위원 인선에서도 읽을 수 있다. 당외 인사 6명, 당내 인사 4명으로 외부 인사가 많다. 인적·정책적 쇄신을 위해서는 당내 계파·지분과 관련 없는 이들의 강력한 메스가 필요하다는 방증이다. 김종인 위원은 “한나라당은 창조적 파괴를 하지 않고는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처럼 첫날부터 국민들의 눈길을 끌만한 조치들이 나옴에 따라 향후 박 비대위원장의 쇄신 폭이 어디까지 미칠지 당 안팎에서 촉각을 세우는 모습이다. 2시간반 동안 진행된 회의에서 비대위원들은 ‘나꼼수(나는꼼수다)’ 현상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비대위는 매주 월요일 정기적으로 회의를 갖고 정치쇄신, 정책쇄신, 국민소통, 인재영입 등 4개 분과를 운영하기로 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박 비대위원장의 일방적인 비대위원 선임에 대한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한 쇄신파 의원은 “사실상 ‘김종인’ 비대위다. 박 비대위원장이 김종인 위원을 선택해 ‘복식조’로 하겠다는 그런 개념”이라며 “나머지 비대위원들도 서민을 위해 확고하게 싸울 사람이라기보다 자기 자신이나 자기 분야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람들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고 비판했다. 다른 당 관계자는 “정치권 생리를 전혀 모르는 외부 비대위원들은 오히려 당내 인사들보다 외풍에 쉽게 흔들릴 수 있다”며 “너무 밖으로 드러나는 쇄신 이미지만 생각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한나라당이 가장 취약한 ‘3040 세대’를 대변할 외부 비대위원이 없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한민수 기자 ms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