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짙은 그늘… 식비 부담이 교육비 제쳐
입력 2011-12-27 18:36
불황의 그늘이 곳곳에 드리우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교육비보다 식비에 더 큰 부담을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70대 이상 고령 취업자 임금은 매년 급감해 57만원까지 떨어졌다.
한국소비자원은 전국 20세 이상 70세 미만 국민 2000명을 대상으로 ‘국민소비행태 및 의식구조’ 조사를 벌인 결과 소비생활 관련 12개 지출 항목 중 식비가 가장 경제적 부담이 크다는 응답이 53.6%(복수응답)에 달했다고 27일 밝혔다. 이어 교육비(43.4%), 교통비(30.6%), 공과금(25.4%), 대출이자비용(24.0%) 순이었다.
2002년에는 교육비(55.1%)가 1위였고 식생활비(29.7%)는 4위였다. 2007년에는 교통비(39.1%) 뒤를 이어 교육비(37.6%), 식생활비(33.4%) 순이었다.
가장 기본적인 지출 항목인 식비가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은 그만큼 불황이 깊어져 가계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미라고 소비자원은 분석했다.
무엇보다 가계부채가 3가구 중 1가구 꼴로 늘었다. 34%가 가계부채가 1년 전보다 늘었다고 답했으며 부채금액 5000만원 이상 가구는 전체의 19.6%에 달했다.
1년 전과 비교해 살림살이가 나아졌다고 느낀다는 응답자는 13.5%에 불과했다. 10명 중 3명(29.9%)은 1년 전에 비해 살림살이가 더 나빠졌다고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내년에도 살림살이가 더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은 17.7%에 달했으며 살림살이가 나빠질 것으로 예상하는 소비자들은 첫 번째 원인으로 물가상승(45.6%)을 꼽았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수도권 소비자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이날 발표한 ‘2012년 가계불안 요인에 대한 소비자인식조사’ 자료에서도 응답자의 54.6%가 ‘물가불안’을 내년 가계의 가장 큰 부담으로 꼽았다. 이어 가계부채(26.2%), 소득감소(13.4%), 자산가치 하락(5.4%) 순이었다.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지만 60대 이상 실버 취업자의 고용 형태가 심각할 정도로 열악하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실버 취업자의 특징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60∼79세 취업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 2011년 현재 전체 취업자의 12.1%를 차지하지만 경제적 여건은 취약하다”고 평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실버 취업자의 연금수령 비중은 2008년 40.4%에서 올해 64.7%로 늘었으나 월평균 연금 수령액은 1인 가구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30만원에 불과했다. 고령 취업자 중 20%는 단순 노무직으로 10만원 이하의 연금을 받거나 연금 혜택이 전혀 없어 일자리를 잃어버리면 빈곤층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60∼69세의 월평균 임금은 140만원이었고 70대 이상 취업자 월평균 임금은 57만원에 그쳤다.
이명희 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