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력발전소 논란 서산시 대산읍 오지리 르포] 환경부 “환경영향평가 허술… 갯벌 파괴 심각 예상”

입력 2011-12-27 21:50


쟁점과 주민 표정

‘갯벌과 어민 생존권 앗아가는 조력댐 즉각 백지화하라.’

‘조력댐 관련 지역어민 갈등을 조장하는 농어촌공사 없어져라.’

지난 13일 충남 서산시청 앞 광장 천막농성장 주변에 플래카드가 나부꼈다. 충남지역 14개 시민단체·정당으로 구성된 충남시국회의는 한 달째 천막농성과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반면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건설에 찬성하는 가로림만보상대책위원회 회원 200여명은 지난달 23일 충남도청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찬성하는 주민=지난 12일 갯벌의 동북쪽 최상단 벌말지구 방조제에는 십수 척의 배가 정박돼 있었다. 벌말지구 30여 가구는 이주대상으로 조력발전사업에 찬성하고 있다. 오지리 지윤근 이장은 “서산시 어민 거의 전부가 조력발전에 반대하지만 벌말지구만 보상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그곳에서도 최근 어업보상 평가액이 보잘것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반대파가 생기는 등 분열되고 있다”고 전했다.

태안군에서 가로림만에 접한 이원면과 원북면 어민은 상당수가 조력발전에 찬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원면 내리 삼동어촌계 김진묵 계장은 “대산읍에 석유화학단지가 들어선 뒤 수질오염으로 어족자원이 줄어들고 인건비와 기름값이 올라 전통적 어업으로는 생계유지가 어렵다”면서 “관광어업으로 변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로림만보상대책위원장인 김 계장은 “요트와 바다낚시를 즐길 수 있는 해양관광·레포츠 단지를 조성하고 유료체험어장을 운영하면 어민 소득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민들, 본심을 숨기다=가로림만 조력발전소 반대투쟁위원회(반투위) 박정섭 위원장은 “찬성하는 주민 대부분은 현재 어업에 종사하지 않는 고령자”라며 “더 이상 어업을 할 수 없으니 보상이라도 받아보겠다며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서산시 지곡면 도성어촌계장을 맡고 있는 박 위원장은 “현재 서산과 태안 46개 어촌계 중 41개 어촌계가 사업을 반대한다”면서 기자에게 어촌계대표 서명 연판장을 보여줬다. 태안군에 조력발전에 찬성하는 주민이 많다고 하지만 아무도 정확히 알 수 없다. 게다가 어민이 아닌 일반 주민은 더 냉담하다. 태안군 이원면 당산리 당산어촌계장 조신호씨는 “본심을 숨긴 채 ‘흘러가는 대로 가라’는 식으로 방관하는 주민이 많은 실정”이라며 “그러나 말을 안 해서 그렇지 태안군 어촌계에서도 반대의견이 더 많다”고 했다.

◇환경영향평가의 쟁점과 전망=사업시행자인 가로림조력발전㈜는 현재 발전소 건설 관련 환경영향평가서 보완서를 지식경제부와 환경부에 제출한 상태다. 충남도는 가동 중인 시화호 조력발전소를 2∼3년 모니터링한 뒤 결과를 토대로 가로림만 일대에 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서산시와 태안군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환경영향평가 평가서를 보완하라는 지시를 3차례나 내린 환경부가 열쇠를 쥐고 있다. 환경부 김필홍 국토환경평가과장은 “갯벌 파괴가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해양물리와 수질변화에 대한 4계절 측정 및 예측자료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점박이물범의 대체서식지 마련도 난감하고 평가서상 생태계 변화 예측 근거가 허술해 재보완 지시를 내렸다”며 “조력발전소 승인 여부는 미정”이라고 밝혔다.

조신호 계장은 “큰 비가 올 때 농경지 침수가 우려되는데 우수 처리를 어떻게 할지가 환경영향평가서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환경부는 보완지시만 내릴 게 아니라 얼른 지경부와 담판을 짓고 사업 포기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부 어민과 전문가들은 “이미 세워진 새만금 방조제를 놔두고 왜 멀쩡한 가로림만과 안쪽 바다를 훼손하려 하느냐”면서 새만금에 조력발전소를 건설할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서산=임항 환경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