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시대] 생산투쟁 독려… 김정은 ‘강성대국 건설’ 계승 강조

입력 2011-12-28 00:17

김정일 국방위원장 영결식을 하루 앞둔 27일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의 조문 모습과 ‘가열 찬 생산투쟁’ 독려 보도를 내보내는 한편 남한 정부의 조문과 분향소 설치 불허를 맹비난했다. 김 위원장의 유훈인 ‘강성대국 건설’을 새로운 지도자 김정은이 계승할 것임을 강조하면서 내부결속을 강화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김정은, 김정일 빈소 네 번째 조문서도 눈물=조선중앙통신은 26일 김정은이 김 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된 평양 금수산기념궁전에 조문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김정은의 조문은 지난 20일, 23일, 24일에 이어 네 번째로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조문한 날이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동지께서는 당과 국가, 무력기관의 책임 일꾼과 함께 김정일 동지의 영전에 온 나라 전체 군대와 인민들, 세계 진보적 인류의 한결 같은 마음을 담아 영생을 기원하시어 묵상하셨다”고 밝혔다. 김정은의 조문에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영림 내각 총리, 이영호 인민군 총참모장, 김경희 당 경공업부장,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등이 수행했다. 당·정·군 수뇌부를 대거 대동하고 조선중앙통신이 언급한 것처럼 ‘우리 당과 국가, 군대의 영명한 영도자’로서 한 치도 흔들림 없는 위상을 북한 주민과 국제사회에 각인시키고 있는 것이다.

조선중앙TV를 통해서는 이전의 조문 때처럼 김정은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방영됐다. 북한 당국이 아버지 김 위원장의 시신 앞에서 애통한 눈물을 흘리는 김정은의 효심을 부각함으로써 장례기간 중에 최대한 주민 결속을 유도하고 김정은 체제의 정통성을 극대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또 경남 통영 출신 음악가 윤이상씨의 부인 이수자(84)씨가 방북해 조문하는 사진을 이날 보도했다.

◇김정일 유훈 ‘강성국가 건설’ 독려=대남 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광업, 임업, 농업 등 각 산업 부문에서 초과생산이 잇따르고 있다고 선전했다. 우리민족끼리는 사설에서 “김정일 동지의 유훈을 높이 받들고 경애하는 김정일 동지의 선군영도에 따라 사회주의 강성국가 건설 위업의 승리를 위해 힘차게 싸워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조문정국이 끝나면 권력을 너무 일찍 승계한 김정은에 대한 우려와 최악의 상황에 이른 생활경제에 대한 불만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남조선 보수당국 인륜에 칼질’=북한 매체가 남측 조문과 관련해 이날 하루 쏟아낸 기사는 모두 9건으로 지난 20일 이후 가장 많았다. 우리민족끼리는 서울대 일부 학생의 분향소 설치 논란과 관련, “동족의 피 흐르는 가슴에 소금을 뿌리는 것과 같은 야만행위”라며 “겨레의 가슴에 칼질해댄 행위에 대해 두고두고 비싼 대가를 받아낼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는 남한 내 조문 갈등을 부채질하고 남한 정부가 ‘최소한의 예의’도 지키지 않는다고 선전함으로써 주민들의 적개심을 고조시켜 내부결속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정재호 기자 j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