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시대] 김정일 사후… 몸값 오르는 北채권
입력 2011-12-27 18:54
김정일의 사망으로 북한이 개방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북한의 미상환 채권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 북한에서 공개적으로 거래되는 유일한 유가증권의 거래량이 김정일 사망 이후 늘어나면서 시장가격도 기존 액면가 달러당 13∼15센트에서 14∼18센트로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이 유가증권은 1970년대 북한에서 발생한 불량 신디케이트론을 지난 1997년 프랑스 은행 BNP(‘BNP파리바’의 전신)가 한데 묶어서 만든 채권이다.
북한이 70년대에 외국 은행 100곳으로부터 대출받은 신디케이트론의 규모는 4억5500만 스위스프랑과 6억8000만 독일마르크 수준이다. 북한은 1984년까지 이 같은 규모의 대출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했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일부 은행들이 남북통일에 대한 기대감 속에서 북한의 부실대출을 유동화한 뒤 2종류의 유가증권으로 만들어 분할 발행했다.
김정일 사망으로 이 유가증권이 부상한 결정적인 이유는 극단적인 빈곤에 시달리는 북한이 언젠가는 외부와 교류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개방에 대한 기대감이다.
특히 이런 기대감은 북한에 김정은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서는 현 시점에서 더욱 높아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만약 북한이 김정일 사망을 계기로 국제사회에 문호를 개방, 외국 기업들과 본격적인 거래를 시작한다면 제일 먼저 30년 이상 된 미상환 채권부터 갚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안보 관련 미국의 싱크탱크인 노틸러스연구소의 피터 헤이즈 소장과 스콧 브루스, 데이비드 본 히펠 연구원은 최근 펴낸 공동 보고서에서 김정은이 2012년에는 국내 문제에 집중하며 기존 정책을 이어나가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보다 개방적으로 나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40∼50대의 새 지도층은 매우 교육을 잘 받았고 국제 감각이 있으며 북한 경제와 정치 구조가 크게 변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북한에는 이미 100여만 대의 휴대전화가 보급돼 과거처럼 정보를 완전 차단하기는 불가능하고 중국과 교류가 이어질수록 중국식 개방을 따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환경 변화가 김정은의 선택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김정은이 스위스에서 공부해 영어와 독일어를 구사할 줄 알고 인터넷과 새로운 형태의 정보 경제에 정통해 급진적인 경제 개혁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배병우 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