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근혜 비대위, 한나라당 틀 싹 바꿔라

입력 2011-12-27 18:47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인선을 주도한 비대위원 면면을 보면 70대인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부터 20대인 이준석 클라세스튜디오 대표까지 모든 세대가 망라돼 있다. 중장년의 경륜과 청년의 발랄함을 아우른 것이다. 나눔과 기부를 실천하고 있는 이 대표는 어제 아침 본인의 트위터에 “졸린 데 기자들이 날 깨웠다. 아흙”이라는 글을 올렸다. 의외의 이런 참신성이 한나라당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친박계 인사들이 비대위에서 배제된 반면 쇄신파 의원들이 포함된 점도 눈길을 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계파를 초월한 인재 영입은 물론 사고의 대전환을 추진하겠다는 박 위원장의 의지가 읽히는 대목들이다.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화도 이뤄질 전망이다. 현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추진한 4대강 사업에 반대해 온 이상돈 중앙대 교수와 현 정부의 복지·분배 정책을 질타해온 김종인 전 수석이 비대위원으로 선임된 것은 이를 시사한다. 한나라당 황영철 대변인은 “MB 정권과의 차별화는 숙명적인 것으로 봐야 한다”는 말까지 했다. 한나라당이 요즘처럼 위기에 몰린 데에는 현 정부의 책임이 작지 않은 만큼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비대위 출범은 한나라당 쇄신과 변화의 첫걸음일 뿐이다. 목표는 국민 신뢰 회복일 것이다. 부자(富者)만 위하는 정당, 보수꼴통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씻어내는 것은 물론 ‘한나라당은 대한민국에 필요한 정당’이라는 믿음까지 심어줘야 한다. 수단은 ‘변화’다. 인물과 정책 등 기존의 틀을 송두리째 바꿔야 한다. 한나라당에 대한 불신의 골이 워낙 깊어 목표 달성까지의 과정은 지난(至難)할 것이다. 하지만 한나라당 전체 구성원들이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능동적으로 변화를 실천하는 것이 지금으로선 최선이라 하겠다.

보수의 가치를 새롭게 정립하는 일도 필요하다. 좌파 진보를 따라하는 어설픈 보수로는 희망을 줄 수 없다. ‘젊은 보수’ ‘합리적 보수’ ‘따뜻한 보수’를 구체화시키는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