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학교폭력 은폐해서 될 일 아니다

입력 2011-12-27 18:46

국가인권위원회가 어제 공개한 학교폭력 관련 상담사례는 교사와 교육당국의 무사안일주의가 피해 학생의 고통을 가중시킨다고 지적하고 있다. 자살한 대구 중학생 사건에서도 드러났듯이 학교 측은 장기간 진행돼온 교내폭력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사실상 방치했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가려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설사 알았더라도 덮기에만 급했던 미온적 대처가 오늘날 학교폭력이 만연한 상황을 촉발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소극적인 학교 측의 태도는 근본적으로 상급기관으로부터의 문책이나 감사 등을 우려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학교폭력자치위원회 등도 근원적 해결보다는 당사자 합의를 통해 학교폭력 문제를 봉합하는 역할에 머물러온 것이 사실이다. 문제가 불거질 경우 다른 학부모들의 항의와 교육청 조사 등 번거로운 절차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피해 학생이 정신병원에 입원할 정도였는데도 무관심하던 학교 측은 부모들이 인권위에 진정하자 그제야 복귀 후 생활적응을 돕겠다는 대책을 내놓는 경우도 있었다. 집단폭행을 당해 턱뼈가 부러진 아들의 학교를 찾아간 학부모에게 막말을 해 댄 학교장도 드물지 않다. 교육자들이 자발적으로 학교폭력 예방에 나서지 않고 알아도 모른 척하는 행태가 관행으로 굳어진 지 오래라는 얘기다.

초등학교 시절 학교 부회장까지 지냈던 모범학생이 학교폭력에 시달린 끝에 지적장애 판정을 받았다는 충격적인 사실은 이제 더 이상 쉬쉬할 일이 아니다. 따라서 학교 측은 학생폭력이 발생할 경우 이를 숨기지 말고 당당히 드러내고 상급기관도 이를 문제 삼아 해당 학교에 불이익을 주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다만 보복 가능성을 고려해 피해 학생의 신원은 노출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학교폭력은 학교와 경찰, 학부모, 정신과전문의 등이 합심해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운 난제다. 아무리 훌륭한 학생인권조례가 만들어진들 학교폭력이 난무하는 현실 앞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 교육당국은 학교폭력이 사라지게 할 대책을 하루빨리 마련하길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