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온호, 러 어선 구조] 선체 낡고 파손 심각… 바다 10㎝위 용접 ‘위험천만’
입력 2011-12-26 21:57
러시아 난파선 스파르타호는 용맹스러운 이름과 달리 매우 낡은 선박이다. 갑판의 목재 부분에는 오랜 때가 끼어 시커멓게 변했고, 페인트칠이 곳곳에 벗겨진 철제 부분엔 녹이 슬었다. 낡아빠진 메로잡이 어선을 수리하기 위한 작업은 26일(현지시간) 이른 새벽부터 하루 종일 계속됐다.
선체를 가볍게 한 뒤 배를 왼쪽으로 기울여 파손 부위인 오른쪽 앞부분을 물위로 떠오르도록 하기 위해 스파르타호의 기름을 아라온호로 옮기는 작업이 시작됐다. 호스연결이 완료된 새벽 2시45분부터 스파르타호의 기름이 아라온호로 옮겨지면서 배가 조금씩 왼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스파르타호의 펌프 능력이 떨어져 연료를 옮기는 작업에만 약 13시간이 소요됐다. 특히 스파르타호 선원들이 자신들 배의 정확한 연료 보유량을 몰라 아라온호 관계자들의 속을 끓였다. 최신 선박에선 연료량이 자동으로 측정되지만, 구식 선박에선 직접 자를 연료 탱크에 넣어 잰다. 스파르타호 선원들은 그나마 숙련도가 부족해 기름이 어느 정도 있는지 제대로 측정하지 못했던 것. 한 관계자는 “아무리 어선이라지만 저런 태도로 위험천만한 얼음 바다에 들어왔다는 것이 매우 놀랍다”며 혀를 내둘렀다.
오후 5시. 마침내 ‘ㄴ’자 모양의 파손 부위가 물위로 10㎝ 정도 올라오면서 스파르타호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철판을 용접하는 데 방해가 되는 이물질을 제거하는 모습이 파손된 틈새 사이로 훤히 들여다보였다.
오후 7시쯤 한채홍 기관장과 이진용 일기사(first engineer) 등이 전기커터, 용접기 등 수리 장비를 가지고 스파르타호로 건너가 보수작업을 도왔다. 바다 위 10㎝ 위에서 철판을 자르고 용접을 하는 위험천만한 작업이 계속됐다. 충돌로 심하게 구부러진 철판을 어느 정도 평평하게 펴면 그 위에 시멘트를 발라 보강하는 작업이 더해진다. 철야작업을 하면 만 하루 정도 걸린다. 27일 오후가 되면 보수작업이 언제 끝날지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아라온호(남극해)=김도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