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 감독 “대표선발 외압 거부하자 협회 비협조”… “3명이 청탁” 후임자 성공위해 공개

입력 2011-12-26 19:18

“오히려 잘 됐습니다. 축구 수뇌부가 진정으로 반성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조광래(57·사진) 전 축구 국가대표 감독이 26일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한축구협회 수뇌부로부터 선수 선발과 관련한 청탁을 받았다고 폭탄 발언을 한 뒤 조 전 감독과 전화 통화를 해 봤다.

자신의 폭로가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것에 대해 조 전 감독은 “오히려 잘 됐다. 대한축구협회에서 고위직으로 20년 이상 일한 사람들은 이제 후배들한테 자리를 물려줄 줄도 알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대표팀 감독이 외부 바람에 흔들린다면 더 이상 미래는 없다”며 “외압 사실을 공개하는 것은 대표팀 지휘봉을 새롭게 잡은 최강희 감독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전 감독은 이번 폭로가 경질에 대한 반발로 오해를 받을까 봐 고민을 많이 했다며 후임 감독의 성공을 위해 말을 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조 전 감독은 이날 오전 “부끄러운 한국 축구의 자화상이지만 (선수 선발에) 외압이 존재했다”고 폭로했다. 지난 8일 전격 경질된 조 전 감독에 따르면 지난달 아랍에미리트(UAE)·레바논 원정 경기를 앞두고 있던 시점에 축구협회 수뇌부 세 명이 선수 추천을 해 왔다고 한다.

조 전 감독은 “당시 협회가 추천한 선수를 뽑아주면 그만 아니었느냐고 말할 수도 있지만 내 생각은 그렇지 않았다”며 “원칙과 소신은 한 번 무너지면 되돌릴 수 없다”고 밝혔다. 조 전 감독은 “당시 그 선수 선발을 놓고 코치들과 논의하고 소속팀 감독과도 상의했지만 모두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아직 아니다’였다”며 “대표 선수로 뛰기에는 컨디션이 떨어져 있다는 평가였다. 그런 상황에서 외압과 타협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뽑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후 축구협회에서 대표팀을 대하는 태도가 눈에 띄게 비협조적이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탁을 한 사람 중 한 명으로 알려진 이회택 전 축구협회 기술위원장(현 축구협회 부회장)은 “기술위원장을 하는 동안 한 번도 누구를 뽑으라고 한 적이 없다. 5월에 조 감독이 올림픽 대표 선수들을 다 뽑아가 그걸 얘기하다가 혼이 났는데 그 뒤에 내가 어떻게 선수를 추천하겠느냐”며 외압설을 부인했다.

한편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조광래 감독 체제로는 90% 이상 브라질 월드컵에 나가기 어렵다는 보고가 있었다. 그래서 경질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신임 감독 선임과 관련해 조 회장은 “논의를 통해 최강희 감독이 제1순위로 거론됐다. 황보관 기술위원장이 두 번 만났다. 최 감독이 처음에 고사하면서 외국인 감독으로 빙가다 전 FC서울 감독이 제1순위였고 다음이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파라과이 대표팀 감독을 지낸 페라르도 마르티노 감독이 꼽혔다”고 말했다.

황보 위원장이 포르투갈에서 휴가차 머무르고 있는 빙가다 감독을 만나려 갈 즈음, 조 회장이 지난 16일 사적인 모임에서 마지막으로 최강희 감독을 설득해 최 감독이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결정됐다고 조 회장은 덧붙였다.

김준동 기자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