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온호, 러 어선 구조] “남극기지보다 인명구조가 우선”
입력 2011-12-26 21:53
김현율 선장·김예동 단장 현지 단독 인터뷰
“남극기지 건설 지원 일정이 조금 차질을 빚게 되더라도 인명구조가 우선이다. 최선을 다해 구조를 마친 뒤 기지 건설현장으로 가겠다.”
조난당한 러시아 어선 스파르타호의 구조작업을 진두지휘하는 아라온호 김현율(53) 선장은 26일 미소를 잃지 않았지만 비장한 표정이었다. 김 선장은 난파된 배를 건져본 적은 있지만 인명구출을 직접 지휘하기는 처음이다. 하지만 바다 위 오랜 노하우를 바탕으로 남위 75도의 얼음바다 위에서 차분하고 착실하게 구조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브리지에서 전체 상황을 총괄하면서 틈틈이 직접 갑판에 나가 스파르타호의 상태를 확인하는 작업도 빼먹지 않는다. 그의 지휘 아래 남극의 계절 특성상 해가 지지 않는 백야의 얼음 바다에서 보수작업이 24시간 쉼 없이 진행되고 있다.
김 선장은 1982년 해양대학교를 졸업한 이후 5대양 6대주 남북극을 모두 항해한 베테랑 선장으로 아라온호 건조 직후부터 한국 최초의 쇄빙선 선장이라는 중임을 맡고 있다.
“바다에서 조난자를 구조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라고 강조하는 그가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선원들의 안전이다. 그는 고립된 선원들의 마음을 헤아려 1주일 동안 거친 파도와 유빙을 헤치며 쉬지 않고 전속력으로 3700㎞를 달렸다. 당초 예정보다 하루를 앞당겨 사고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던 것도 풍부한 경험을 가진 김 선장의 리더십 덕분이었다.
김 선장은 당초 스파르타호의 상태를 면밀히 점검한 결과 배를 포기하고 선원들이 아라온호로 옮겨 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판단했다. 현재 위치에서 완벽한 수리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임시방편만 취한 스파르타호가 대양으로 나갔다가 혹시라도 사고를 당할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파르타호 측의 호소를 받아들여 수리 후 견인하는 방식을 수용했다.
동승한 김예동 극지연구소 남극내륙기지사업단 단장은 “최첨단 장비를 갖춘 아라온호가 이번 구조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한국 과학의 극지활동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라온호(남극해)=김도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