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엄동설한에… 금융권 구조조정 한파

입력 2011-12-26 18:56


비씨카드에 다니던 A씨(47)는 지난 10월 회사 측으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인사통보를 받았다. 부장인 자신에게 일선 지점 팀원으로 일하라는 것이었다. 같은 시기에 부장급 50여명이 일선 지점이나 일반부서의 팀원으로 발령났다. 상무를 팀원으로 인사발령한 경우도 있었다. 회사 측은 이후 15년차 이상 300여명을 대상으로 명퇴를 실시한다고 선언했다. 사실상 회사를 떠나라는 압력에 시달리던 A씨는 지난 22일 36개월치 월급을 받고 만 20년의 정든 직장을 서글프게 떠났다.

연말연시 금융권에 인력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당국의 수수료 규제 움직임 등으로 내년에 실적 부진이 불가피한데다 유럽 재정위기 증폭으로 경기가 악화될 것에 대비한 ‘몸집 줄이기’ 차원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에서는 올해 연말과 내년 연초에 감원규모가 20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은행은 임금피크제 적용대상 직원 130여명을 상대로 일종의 희망퇴직인 준정년 퇴직제를 시행키로 하고 노조와 협의 중이다. 농협은 최근 520여명으로부터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다. 하나은행은 앞서 지난 9월 378명에 대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내년에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추가 구조조정 가능성이 크다. SC은행은 전체 직원의 12%에 달하는 800여명으로부터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고, 한국씨티은행은 100여명을 구조조정하려다 노조가 반발하자 유보했다.

삼성증권은 최근 직원 100여명으로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고 신한금융투자도 30∼40여명의 장기근속 직원을 희망퇴직으로 떠나보냈다. 삼성생명도 지난달 희망퇴직 공고를 냈다. 지난해보다 200명 가량이 많은 400여명이 회사를 떠날 전망이다. 비씨카드는 이미 100여명 가까이 명퇴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종석 기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