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외반증·내성발톱 엄지발가락 변형 조심하세요… 현대인 발 통증 호소 환자 급증

입력 2011-12-26 18:29


최근 들어 ‘하이힐’처럼 굽이 높고 볼이 좁은 신발이 유행하는 패션 풍조와 발에 힘을 많이 사용하는 축구와 야구, 골프 등의 운동을 즐기는 인구가 늘면서 속칭 ‘제2의 심장’으로 불리는 발이 혹사당하고 있다.

굽이 높고 볼이 좁은 구두는 엄지발가락 뼈가 휘면서 통증을 유발하는 ‘무지외반증’, 발을 많이 사용하는 운동은 엄지발톱이 살을 파고들어 통증을 일으키는 ‘내향성 족지 발톱(내성발톱)’을 일으키는 주 원인이다.

◇발 통증 호소 환자 급증=인천연세병원 족부센터 주민홍 박사팀은 지난 5월 12일부터 12월 15일까지 약 7개월간 엄지발가락 통증을 호소한 20대 이상 성인 여성 9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3%가 무지외반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26일 밝혔다. 연령대를 보면 50대가 41.3%로 가장 많았고 이어 40대 21.3%, 60대 14.7%, 30대 12.0%, 20대 6.6%, 70대 4.0%의 순서였다.

또 연세S병원 족부클리닉 심영기 박사팀은 “내성발톱 때문에 걸을 때 통증을 느낀다며 수술을 상담하는 사람들도 요즘 매일 2∼3명씩 나타나고 있다. 장기간 엄지발가락 쪽에 압력이 집중되는 구두를 즐겨 신거나 골프 등의 운동을 해 온 사람들을 중심으로 내성발톱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엄지발가락은 인체의 체중 이동과 중심을 잡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보통 우리가 걸을 때는 먼저 발뒤꿈치가 바닥에 닿고 마지막에 엄지발가락으로 땅을 박차며 나가게 된다. 하지만 무지외반증이나 내성발톱이 있으면 엄지발가락이 아파서 땅을 제대로 차고 나가기 힘들게 된다.

이로 인해 보행 시 발의 중심이 뒤쪽으로 치우치게 되고, 나머지 발가락이 엄지의 기능을 떠맡게 돼 자세가 비뚤어진다. 이런 자세가 오랫동안 계속되면 체중이 하체에 골고루 전달되지 못하게 되고, 결국 무릎과 척추 관절에도 비정상적인 자극을 줘 허리디스크를 유발하는 등의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따라서 무지외반증과 내성발톱이 생기면 가급적 빨리 교정수술을 받는 게 바람직하다.

◇무지외반증=선천적으로 평발이나 볼이 넓은 발을 가진 경우, 후천적으로 볼이 좁고 굽이 높은 신발을 자주 신는 경우에 특히 많이 발생한다. 대개 엄지발가락이 둘째 발가락 쪽으로 휘어져 있고, 발가락 관절이 안쪽으로 돌출된 모양이다.

관절부위가 도드라져 튀어나오기 때문에 장시간 서 있거나 걸을 때 자극을 받아 살이 빨갛게 변하고 염증을 일으키면서 통증을 느끼게 된다. 걸을 때 발을 지지하고 추진력을 얻어야 하는 엄지발가락이 제 역할을 못해 절뚝거리는 경우도 많다.

휜 엄지발가락 뼈와 관절을 바로잡는 수술이 필요하다. 심한 변형은 돌출 부위의 뼈를 깎아내고 인대와 연부조직의 길이까지 조절해야 한다. 교정 수술 후 재발률은 약 10%다.

주 박사는 “일반적으로 수술 후 3∼4개월간은 발이 편한 신발을 신는 등 주의가 필요하며 그 이후에도 굽이 높고 볼이 좁은 신발 신기를 삼가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내성발톱=과거 ‘조갑감입증’이란 병명으로 불리던 발 질환이다. 한마디로 발톱의 양 끝이 살 속으로 파고들며 자라는 병이다. 체중이 가장 많이 실리는 엄지발가락에 주로 생기며, 걸을 때나 상처 부위가 외부(구두 등)와 접촉할 때 발톱이 살을 찌르기 때문에 심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발톱의 양 끝을 지나치게 짧게 깎는 버릇이 있거나 발톱무좀이 있을 때, 돌멩이 등에 부딪쳐 발톱이 손상되는 사고를 겪은 뒤, 엄지발가락을 압박하는 운동을 장기간 했을 때 주로 생긴다. 프로골퍼 최경주 선수도 이 내성발톱이 생겨 교정수술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심하지 않다면 플라스틱 발톱성형 기구를 1년 정도 발톱 밑에 끼워 굽은 발톱이 펴지도록 유도할 수 있다. 물론 변형이 심하거나 세균감염 위험이 높을 때는 발톱 전체를 뽑는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문제는 증상이 오래 돼 발톱이 안쪽에서부터 굽은 채 자라도록 하는 길이 이미 만들어진 경우다. 이때는 발톱을 뽑아도 새 발톱이 자라나오며 다시 안쪽으로 파고들며 굽어진다. 그래서 최근 형상기억합금으로 만든 철사 줄 형태의 특수 교정 기구를 발톱의 좌우 양단에 걸어주는 치료법이 각광받고 있다. 치료는 3∼6주간 이 교정기구 장착으로 끝이 난다.

심 박사는 “시술도 5∼10분 정도 밖에 안 걸리는데다 시술 후 일상생활을 하는데도 전혀 지장이 없어 간편하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