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목회자 안식처 ‘공주원로원’ 매각된다
입력 2011-12-26 18:29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측이 은퇴목회자 안식관인 공주원로원을 공개매각하기로 했다. ‘교단 복지의 자존심’이라 불리며 노인주거복지시설(양로원)과 노인의료복지시설(요양원)을 운영하는 공주원로원의 매각 여부는 향후 교단 복지정책은 물론 타 교단 은퇴목회자 복지정책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공주원로원은 1982년 경기도 안양에서 개원했으며, 92년 충남 공주시 금흥동으로 이전한 후 100억원 대의 증축을 하면서 은행과 총회연금재단 차입금에 대한 이자 문제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입소자가 납부하는 시설보증금으로 건축비를 충당하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갔기 때문이다. 교단소속 교회와 노회는 그동안 다양한 모금활동을 벌였지만 이자를 충당하는 데 역부족이었다.
공주원로원을 관리하는 한국장로교복지재단의 한 관계자는 “현재 무의탁 은퇴목회자 무료시설(42개실)과 유료 양로시설(58실), 요양시설(70병상)을 운영하는 데 38명이 근무하고 있다”면서 “예상과 달리 이용자가 간헐적으로 들어와 보증금을 운영비로 충당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은행 차입금 15억원에 대한 이자는 계속 갚고 있지만 총회연금재단에서 빌린 30억원은 상환 못하고 이자만 계속 쌓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교단 내 기관들이 문제 해결을 위한 최적의 접점을 찾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예장 통합 총회는 4년 전부터 공주원로원대책위원회를 구성했지만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다가 최근 공개매각을 확정했다. 설립정신을 고려해 매각 대상을 총회 산하 노회와 교회, 기관, 단체, 개인 등으로 한정했으며, 1월말까지 신청을 받은 뒤 2월 초 인수의향자에게 사업설명회를 열고 매각을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2006년 당시 감정평가액이 약 130억원이었기 때문에 지가 상승에 따른 매각 적정가격은 150억원대로 추산되고 있다.
오정호 공주원로원대책위원회 위원장은 “교단이 많은 돈을 투자해서 은퇴목회자의 편안한 노후를 목적으로 시설을 세웠지만 예상대로 일처리가 안 된 게 있다”면서 “무슨 일이 있어도 올해는 꼭 마무리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설립 취지대로 빈곤 은퇴목회자를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을 내놔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교단 한 관계자는 “은퇴목회자의 노후문제나 노인복지 문제를 선교적 차원이 아니라 사업적 시각에서 보는 것은 분명 문제”라면서 “경제적 논리 아래 공주원로원을 일반 유료양로시설과 다를 바 없는 시설로 전락시키는 우를 범해선 안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빈곤 은퇴 목회자 안식관의 정신을 살리면서 입주자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초교파적으로 운영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