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시대] 이희호 여사, 김정은 손 붙잡고 한동안 슬픔 표해

입력 2011-12-26 23:08

북한의 새 지도자 김정은이 26일 오후 2시10분쯤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신이 안치된 평양 금수산기념궁전에서 남측 조문단과 만났다.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김정은에게 깊은 애도를 표했다.

김정은도 이 여사와 현 회장을 극진히 예우했다. 다른 외국 사절단이 김 위원장 조문차 찾아왔을 때는 간단한 목례만 하고 보냈다. 하지만 두 사람에게는 직접 조문을 받고 깊은 사의를 표시했다고 북한 매체가 전했다.

2000년 김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을 방문했을 때 동행했던 이 여사는 김정은의 손을 잡고 슬픔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여사와 현 회장은 조문이 끝난 뒤 숙소인 백화원초대소로 오후 6시30분쯤 복귀했다고 정부 당국자가 전했다. 백화원초대소는 북한을 방문하는 최고위급 귀빈들이 묵는 곳이다. 앞서 방북단은 백화원초대소에서 오찬을 했고 북측 주재자는 알려지지 않았다.

아울러 이 여사와 현 회장이 조문 이후 초대소로 귀환한 4시간 동안의 행적 또한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정은이 이들에게 정중한 감사의 뜻을 전했다는 점에서 북한 고위층 인사들과의 별도 면담자리를 마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과거 남북정상회담 때 이 여사를 봤던 북측 인사를 만났을 수 있다. 현 회장은 금강산 관광사업 등과 관련해 접촉했던 북측 인사들을 만났을 개연성이 있다.

이처럼 김정은이 김 위원장 사망 이후 남측 주요 인사들에게 호의를 베풂에 따라 향후 남북관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조문단이 귀환하는 대로 북측의 진의를 구체적으로 파악한다는 방침이다. 이 여사 등이 김 위원장 사후 남북간에 첫 메신저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은 현 회장이 2009년 8월 묘향산에서 김 위원장을 만난 이후 2년4개월 만에 방북하는 만큼 금강산 피격 사건으로 얼어붙은 대북사업의 물꼬가 터지기를 바라고 있다.

앞서 이 여사와 현 회장은 경기도 파주 민간인통제선 내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를 거쳐 방북했다. 이 여사 측 13명과 현 회장 측 5명 등 모두 18명으로 구성된 조문단은 이날 오전 8시28분 군사분계선(MDL)을 넘은 뒤 북측에서 마련한 승용차 5대와 카운티미니버스 2대에 나눠 타고 평양으로 향했다. 최보선 통일부 대변인은 이종혁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 부위원장 등 북측 관계자 12명이 이날 개성으로 들어가는 관문인 북측 통행검사소에서 이 여사 일행을 맞았다고 전했다. 조선중앙통신도 이들의 방북 소식을 즉각 전했다.

김홍업·홍걸씨 등 가족을 대동하고 오전 8시4분쯤 출입사무소에 도착한 이 여사는 귀빈실에서 먼저 와 기다리던 현 회장 일행과 인사를 나눴다. 이 여사는 “저희 방북이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용웅 신창호 기자 yw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