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라온호가 선사한 기적의 성탄 선물

입력 2011-12-26 18:05

한국 최초의 쇄빙선 아라온호가 25일 남극해에서 조난당한 러시아 어선 ‘스파르타호’ 구조작업에 돌입했다. 지난 15일 빙하에 부딪혀 좌초된 뒤 망망대해에서 사투를 벌이던 스파르타호 선원 32명이 아라온호로부터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적의 성탄 선물을 받은 것이다.

빙하와 충돌한 스파르타호는 선체가 파손되고, 왼쪽으로 12도 정도 기울어져 언제 침몰할지 모를 위험한 상황이었다. 해류를 따라 배가 표류하면서 사고해역에서 60㎞나 떠밀리자 선원들의 공포는 극에 달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던 선원들은 아라온호 구조대원들을 “산타클로스”라고 부르고, 한국말로 “사랑해요”를 외쳤다고 한다. 이들에게는 아라온호가 구세주나 마찬가지였을 터이다.

아라온호는 러시아 당국을 통해 구조 요청을 받고 조난 장소로부터 약 3700㎞ 떨어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리틀턴항을 출항해 전속력으로 달렸다. 높은 파도와 두꺼운 얼음에 부딪힌 아라온호가 요동치는 바람에 뱃멀미가 심했지만 난파하기 직전인 스파르타호 선원들을 구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달렸던 것이다.

구조대원들은 전날에 이어 26일에도 스파르타호의 기름을 빼내서 아라온호로 옮기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500t급인 스파르타호의 중량을 줄여 선박을 일정한 높이로 띄운 뒤 파손된 부분들을 땜질하기 위한 사전 조치를 취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스파르타호의 펌프 성능이 떨어져 당초 예상보다 기름을 빼내는 작업이 지체되고 있다고 한다.

갖은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아라온호 구조대원들이 스파르타호의 파손 부위를 고치는데 최선을 다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스파르타호 수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지체하지 말고 선원 전원을 아라온호로 옮겨 남극에 있는 외국 기지로 인계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출항 목적인 제2 남극기지 건설 예정지에 대한 사전 조사와 남극 연구 지원 활동에도 소기의 성과를 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