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낙동강 대첩’에 사활 걸었다

입력 2011-12-26 18:57

부산·경남(PK)을 아우르는 ‘낙동강 전선’이 내년 4월 총선에서 여야의 사활이 걸린 승부처로 부상했다. 야당이 먼저 선전포고를 하고 나서면서 여당은 비상이 걸렸다. ‘노무현 대(對) 박근혜’의 대결 구도가 점점 구체화됐다는 점에서 여야의 기싸움은 벌써 뜨겁다.

◇‘문·성·길’ 출격, 낙동강전선에 부는 노풍(盧風·노무현바람)=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문성근 국민의명령 대표,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장관은 26일 부산시의회 브리핑실과 서울 교육문화회관에서 잇단 기자회견을 갖고 부산 출마를 공식화했다. 문 이사장은 “내년 총선 승부처는 부산·경남 지역으로 이 지역이 바뀌면 대한민국이 바뀔 것”이라고 출마 배경을 밝혔다. 노 전 대통령 ‘아바타’로 통하는 문 이사장이 출마하는 지역구는 사상구. 이 곳은 부산과 경남 김해를 잇는 낙동강벨트의 축이라고 그는 의미를 부여했다.

‘노무현을사랑하는모임(노사모)’ 대표를 지낸 문 대표는 “지역 구도를 극복하는데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기 위해 출마한다”면서 북·강서을 지역구를 택했다. 노 전 대통령이 2000년 지역주의 타파를 기치로 나서 근소한 차이로 석패한 지역이다. 지난해 부산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서 44.6%를 얻었던 김 전 장관은 “돌풍에 동참하겠다”며 부산진을에 둥지를 틀었다.

이들에 이어 친노 핵심인사로는 노 전 대통령 비서관 출신인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이 봉하마을이 위치한 김해을, 송인배 전 청와대 행정관이 양산에서 각각 출격할 예정이다. 또한 부산에서 최인호 시당위원장이 사하갑, 박재호 전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은 남구을, 전재수 전 대통령 제2부속실장이 북·강서갑, 조경태 의원은 사하을, 김영춘 전 민주당 최고위원이 부산진갑에서 뛰면서 ‘문·성·길’ 트리오와 공동전선을 펼 예정이다.

경남에서는 청와대 행정관 출신 김성진(마산갑)씨와 하귀남(마산을) 변호사, 김조원 진주과학기술대 총장(진주갑) 등이 뛰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야권 연대를 통해 PK지역에서 41석 중 10석 이상을 얻어 전국 정당 및 원내 1당의 견인차 역할을 하겠다는 목표다.

◇비상 걸린 한나라당 ‘맞불’ 카드는?=한나라당은 50%를 상회하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지지율에 기대를 걸면서도 ‘노무현 대 박근혜’ 구도로 가면 대선 전초전이 된다는 점에서 위기감을 드러내고 있다. 만일 PK에서 몇 석이라도 빼앗기게 되면 박 비대위원장의 집권 구도에도 치명타를 입을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친노계의 성지(聖地)인 김해와 ‘문·성·길’ 3인방 지역구가 특별히 신경 쓰이는 이유다.

이에 따라 올해 4·27 김해을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김태호 의원은 일찌감치 중앙정치를 뒤로 하고 지역구에 내려가 ‘올인’하고 있다. ‘박근혜 바람’만으로는 야당 바람을 잠재울 수 없다는 발 빠른 계산을 한 셈이다.

문 이사장이 나서는 사상구는 장제원 의원이 불출마함에 따라 ‘문재인 킬러’를 물색해야 할 다급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여기에 김형오 전 국회의장(부산 영도)과 현기환 의원(부산 사하갑)이 불출마를 선언한 상황이고 박희태 국회의장(경남 양산)까지 불출마를 준비 중이라는 얘기가 나돌아 물갈이 공천 여론이 바짝 힘을 얻어가고 있다. 사상구는 권철현 전 주일대사와 김대식 전 국민권익위 부위원장이 경합을 벌이고 있고 사하갑에서는 김형준 전 청와대 춘추관장이 예비후보로 등록한 상태다.

정재호 기자 j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