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시대] 김정은 총비서 추대 예고… 軍 이어 黨 장악도 가시화

입력 2011-12-26 18:52

북한이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군은 물론 당까지 장악했음을 시사하고 나섰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6일 ‘선군 조선의 오늘, 내일’이란 제목의 글에서 “전국 모든 당 조직들은 위대한 김정은 동지의 사상과 영도를 일심전력으로 받들고 있다”며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당 중앙위원회를 목숨으로 사수하자’는 구호를 강조했다.

당 중앙위원회 수반은 당 총비서를 의미하므로 김정은이 이미 당 총비서 역할을 수행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노동당 규약에는 당 총비서가 당 중앙군사위 위원장을 겸직하도록 돼 있으나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으로 공석이어서 김정은이 총비서 역할을 사실상 대행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 언론 매체들이 김정은을 인민군 최고사령관이라 호칭한 지 불과 이틀 뒤 이런 보도를 한 것으로 볼 때 그의 최고권력자 공식 승계가 가시권에 들어온 셈이다.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다.

김 위원장의 경우 1974년 후계자로 지목됐지만 군 최고사령관에 추대된 것은 91년에 와서다. 그는 김일성 주석 사망 이후 3년상을 마친 97년에야 전 주민의 추대 형식으로 당 총비서에 오를 수 있었다. 김정은으로서는 권력기반이 취약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군과 당의 최고 권력을 이른 시일 안에 장악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 김정은 자신이 원하기도 하겠지만 그를 떠받드는 후원그룹이 이를 주도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아버지 행보를 뒤따를 수밖에 없는 김정은의 입장에서는 군 최고사령관직에 오르고, 당 총비서가 됨으로써 ‘유일지배 체제’를 완성하는 데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 위원장은 지난해 9·28 당 대표자회의에서 유명무실했던 노동당 조직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정치국 위원과 후보위원을 충원하고 그간 사실상 기능이 정지됐던 당 중앙군사위를 되살렸다. 아들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을 노동당이 뒷받침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둔 셈이다. 국방위가 북한 최고 권력기구이긴 하지만 정책결정기구에 가까운 데 비해 노동당은 전국적 세포조직을 갖춘 실행기구라는 점에서 고속 승계 과정을 거쳐야 하는 김정은 입장에서는 당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하겠다.

김정은이 언젠가 군 최고사령관과 당 총비서에 공식 추대될 것은 확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권력기반이 확고해지는 것은 아니다. 3대 세습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불만이 적지 않은 데다 20대인 김정은이 자기 힘으로 권력을 장악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게 대북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결국 김정은으로서는 상당기간 김일성, 김정일을 따르는 유훈통치를 할 가능성이 높다. 향후 일정기간 어떤 리더십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최고권력 장악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성기철 기자 kcs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