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본 2011년-⑦ Occupy 시위] 1%에 집중된 富 99%의 분노 폭발
입력 2011-12-26 18:46
토요일이었던 지난 9월 17일 미국 뉴욕 월가의 주코티공원. 수백명의 시민들이 ‘우리는 99%다(we are 99%)’ 등의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하지만 이들을 주목하는 뉴스미디어는 많지 않았다. 일시적으로 모였다 흩어지는 시위대의 하나로 여겼다.
하지만 이들이 사유지인 주코티공원에 텐트를 하나 둘 세우고 침낭을 들여놓으며 장기 농성 체제로 들어가면서 사태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첫 시위 이후 약 한 달 만인 10월 15일에는 전 세계 80여 개 국 1500여개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반월가 시위가 열렸다.
자신들의 활동을 ‘월가 점령(Occupy Wall Street·OWS)’ 운동으로 이름 붙인 이들은 저항 방식으로 뉴욕증권거래소 등 공공기관을 평화적으로 점거하는 것을 내세웠다.
뚜렷한 주도세력도 없는 월가 점령 운동이 이처럼 빠른 시간에 확산된 데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의 보급과 함께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대중화가 큰 몫을 했다.
하지만 이들이 내세운 구호와 개혁 요구사항이 일반 민중들의 큰 공감을 얻었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저항 운동의 명칭에서 알 수 있듯 당초 시위대의 목표는 월가로 상징되는 금융권력이었다. 2008년 금융위기를 부른 주요 원인이 월가의 기강 해이였기 때문이다. 시위대는 주택저당증권(MBS), 신용부도스와프(CDS) 등 복합·파생상품을 이용한 금융회사들의 무모한 돈벌이와 위험 고지 의무 회피를 강하게 비판했다. 나아가 이들 회사에 대한 미 정부의 특혜성 구제금융 제공도 사회 규준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이후 반월가 시위는 더 나아갔다. 소득불균등 해소, 기업과 금융부문의 정치에 대한 영향력 축소, 은행 개혁, 더 많은 일자리 등이 요구 사항에 추가됐다.
월가 점령 시위를 처음 조직한 캐나다 문화운동단체 애드버스트의 공동창립자 칼레 라슨은 “반월가 시위의 목표는 무엇보다 경제 불평등 축소”라며 “구체적으로 국제간 자본거래세를 제도화하고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분리를 명문화한 글래스-스티걸 법을 재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2월 중순을 고비로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등 두 ‘거점’이 해당 시 당국에 의해 철거되면서 70여일 만에 월가 점령 운동은 일단락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주간 타임은 반 월가 시위 지도부가 변화된 환경에 맞춰 운동에 새 활기를 불어 넣을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최근 보도했다.
겨울 한파 등으로 열기는 꺾였으나 기온이 풀리거나 경제상황의 개선이 미미할 경우 시위는 새로운 형태로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할 것 같다.
배병우 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