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창환 선교사의 죽음은 독살...사모의 애끓는 호소
입력 2011-12-26 16:47
[미션라이프] 지난 8월 중국 단둥에서 사망한 고 김창환(46) 선교사의 사인이 ‘독극물로 인한 심장마비’라는 주장이 나왔다.
김 선교사의 부인 김하영(가명·45) 사모와 한국기독교탈북민정착지원협의회(한정협) 등 북한 선교단체들은 26일 본보와 인터뷰를 갖고 “고 김창환 선교사의 사인은 독극물로 인한 심장마비이며 그 성분이 브롬화네오스티그민이라는 독약”이라며 “부교감신경흥분제인 이 물질은 10㎎만 투여해도 호흡이 정지되고 심장마비로 즉시 사망하는 맹독성”이라고 밝혔다. 또 “이 결과는 사고 직후 김 선교사의 혈흔을 채취해 신뢰할 수 있는 국내 유수 연구소에 성분검사를 의뢰해 나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선교사는 지난 8월21일 오후 중국 랴오닝성 단둥(丹東) 시내 한 백화점 앞에서 택시를 기다리던 중 갑자기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져 병원으로 호송됐으나 숨졌다(본보 9월 10일자 18면 참조).
중국 공안은 단순 강도에 의한 범행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일반적이지 않은 독극물이 몸에 그대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몇 시간 만에 온 몸이 퍼렇게 멍이 든 점도 그렇다. 독침으로 찌른 정황이 전문 범죄 집단의 소행일 수 있다는 추정을 가능케 한다.
그렇다면 누가 왜 김 선교사를 살해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김 선교사가 평소 탈북자와 북한 어린이를 돕고 김정일 비판 문건과 성경 등을 북한에 밀반입한 활동 정황과 사망 전 북한이 대북 선교사들에게 직·간접으로 ‘반드시 응징하겠다’고 위협한 점도 예사롭지 않다.
개신대학원대학교와 한세대 신대원에서 공부한 김 선교사는 1992년 2월 북한 선교의 꿈을 품고 김 사모와 함께 중국 단둥으로 출국했다. 중국에 머문 지 19년 6개월 만에 변을 당한 것이다.
김 사모는 “남편은 평소 북한 사투리를 배우고 익히며 어떻게 하면 북한 사람을 도울 수 있을까 연구했다”며 “남편은 중국 공안의 감시대상 리스트 1순위에 올라 있다는 것까지 알고 있었다”고 했다. 또 “주변 사람들이 ‘위험한 일이니 하지말라’고 조언하면 남편은 ‘위험하다고 사역하지 않으면 누가 북한 선교 활동에 나서겠느냐’며 반문하곤 했었다”고 말했다.
김 사모는 “김 선교사가 평소 ‘나는 북한 주민과 선교를 위해 일생을 건 사람’이라고 말했다”며 “내년 봄에 북한연구소와 북한 전문 선교 교회를 개척하자고 나와 굳게 약속했었는데…”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 사모는 영락여자신학교를 93년 졸업한 뒤 중국, 인도네시아,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해외 선교 활동을 펼쳤다. 2006년 김 선교사와 결혼, 자비량 북한 선교사로 활동해 왔다. 그는 하나님이 원하시면 중국으로 다시 가겠다고 했다. 김 사모는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으로 남북평화통일의 문이 열리길 기도하고 있다”며 “남편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북한 선교에 더욱 앞장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