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시대] “南당국 조문태도로 진정성 최종검토” 북 당국 첫 공식 입장 표명

입력 2011-12-25 20:05

북한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25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에 조문하는 우리 정부의 태도를 지켜본 뒤 향후 남북관계에 대한 입장을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평통 대변인은 “남조선 당국이 각 계층의 조의방문길을 악랄하게 가로막고 있다”며 “남조선 당국은 이번 조의 방해 책동이 북남관계에 상상할 수 없는 파국적 후과(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이어 “온 겨레는 이번에 남조선 당국의 도덕적 한계뿐 아니라 북남관계 개선에 대한 진정성을 최종적으로 검토하게 될 것”이라며 남측 각계의 조문 허용 수위를 지켜보고 남북관계 개선 수위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는 우리 정부의 낮은 수위의 조의와 제한적 조문 조치에 대해 북한 당국이 보인 첫 공식 입장 표명이다. 조평통은 또 “우리는 남조선 각 계층의 조문방문길을 막아나서는 자들에 대해서는 그가 누구든 우리의 최고 존엄을 엄중히 모독하는 특대형 범죄자로 낙인하고 두고두고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평통은 “남조선 당국자는 ‘북 지도부와 주민을 분리’시킨다는 교활한 반공화국 대결 흉심이 들어찬 넋두리로 우리의 철통같은 일심단결을 건드려보려고 비열하게 놀아대고 있다”고 비난했다.

아울러 조선중앙통신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북한 정부에 조전을 보내왔다고 24일 보도했다. 북한이 주민용 내부매체에서 반 총장의 실명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앞서 북한 매체들은 23일 반 총장이 김 위원장의 사망에 즈음해 ‘애도 성명’을 발표했다고 보도하면서도 반 총장의 이름은 빼고 ‘유엔 사무총장’이라고만 소개했다. 북한은 2006년 말 반 총장이 유엔 수장으로 선출된 이래 남한 출신이라는 점을 의식한 듯 실명 언급을 피해 왔으며 대외용인 평양방송에서 한두 차례 거론하는 데 그쳤다. 북한이 반 총장 실명을 공개한 것은 김 위원장 사망에 남한 출신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해 전 세계가 애도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한민수 기자 ms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