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시대] ‘대장’ 장성택… 벌써 군부 장악했나
입력 2011-12-25 20:05
‘김정은 시대’ 북한 권력의 막후 실력자로 꼽히는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대장 군복을 입고 공식 석상에 나타난 것은 그의 향후 역할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라 할 만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매제이자 김정은의 고모부인 그가 김정은을 뒷받침하면서 군부를 통제할 직위를 확보했음을 시사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장성택이 전면에 등장해 실권을 잡고, 김정은은 뒷전으로 밀리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장성택이 ‘섭정’을 할 것이라는 얘기다.
대장 계급장은 소장, 중장, 상장 다음으로 우리 군으로 치면 사성 장군이다. 북한군에서 대장 위로는 차수, 원수, 대원수가 있지만 대원수는 지금까지 김일성 주석 외에는 없었다. 현재 몇 명의 원로가 꿰차고 있는 원수는 상징적인 계급이고 군의 실세를 의미하는 차수 계급에도 이영호 인민군 총참모장과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등이 갖고 있을 뿐이다.
지금까지 장성택은 대장 칭호를 받은 적이 없을 뿐 아니라 군인 계급으로 소개된 적도 없다. 노동당 행정부장, 정치국 후보위원,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등 주로 당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해왔다. 조선중앙TV가 25일 방영한 화면에는 장성택이 김정은의 우측에 있는 이영호 총참모장 바로 옆에 자리 잡고 있었다.
장성택은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경희 당 경공업부장의 남편으로 김 위원장 집권시절 수차례 숙청됐다 다시 중앙권력에 복귀할 정도로 무서운 정치적 생명력을 보였다.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일 말고 ‘자기 사람 계보’를 가진 유일한 인물”이라고 평가할 정도다.
북한 최고위 지도부 인사들 가운데 유일하게 남한을 방문하기도 했다. 2002년 경제시찰단으로 내려와 우리 기업들과 백화점, 경제시설 등을 둘러봤다.
그런 그가 대장 칭호를 받은 것은 김 위원장 사후의 권력 공백을 신속히 메우고 젊은 김정은과 혁명 2세대 사이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서둘러 취해진 조치로 해석된다. 북한이 김정은을 군 최고사령관으로 추대한 만큼 장성택과 군부 고위인사들을 축으로 하는 집단지도체제를 구축해 비상상황을 돌파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조선중앙TV는 당 중앙군사위원회, 국방위원회, 군 최고사령부 등 고위간부가 김정은을 수행하는 장면을 공개했다. 이들이 북한의 국정운영에서 중심축으로 활동할 것임을 보여준 셈이다. 조선중앙TV는 “(조문) 참가자들은 김정은 동지의 군 영도를 충직하게 받들어감으로써 사회주의 조국과 강성국가 건설 위업 수행을 총대로 굳건히 담보해 나갈 불타는 맹세를 다졌다”고 밝혔다. 이날 조문이 김정은 체제를 지켜나가겠다는 북한 군부의 충성맹세 의식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조선중앙통신도 조문 소식을 전하면서 김정은을 ‘우리 혁명무력의 최고 영도자’라고 호칭하고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당 중앙위원회를 목숨으로 사수하자’는 구호를 공개하기도 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