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시대] 김정은 최고사령관에 추대한다지만… 명목상 ‘김정은 체제’ 실제론 ‘장성택 섭정’?
입력 2011-12-25 20:05
북한 새 지도자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의 권력 장악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북한 매체들이 주말 김정은을 최고사령관에 추대하려는 움직임을 잇따라 보도한 것은 그의 권력 장악이 일단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거기다 김정은에 대해 ‘21세기 태양’ ‘어버이’라는 극존칭을 써가며 할아버지, 아버지와 같은 반열임을 내비친 것은 주목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직후 주변국에서 북한 군부 동태를 주시해왔으나 지금까지는 비교적 안정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최고사령관이란 남한의 대통령이 갖고 있는 군 통수권자에 해당되는 만큼, 이 자리에 오를 경우 군뿐만 아니라 정권을 사실상 장악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정일 위원장의 경우 김일성 주석 사망 3년 전 최고사령관직에 오른 점을 감안해 보면 김정은으로서는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최고사령관직 승계는 일단 초읽기에 들어간 느낌이다. 노동신문의 보도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군을 비롯한 북한의 각계각층에서 최고사령관직 승계를 요구하고 김정은이 이를 수용하는 형식을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북 전문가들은 내년 초 김 위원장 생일(2월 16일)이 지난 직후 승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나 시기를 앞당겨 1월 1일 전격적으로 승계 발표를 할 가능성도 있다.
김정은은 최고사령관직에 오르는 것을 계기로 할아버지, 아버지가 추구해 온 선군정치를 한층 강화할 것이 확실하다. 북한 매체들이 벌써 그럴 가능성을 보도하고 있다. 북한 언론은 주말 보도를 통해 ‘선군 영도’의 계승을 강조하는 글을 쏟아냈다. 특히 노동신문은 ‘위대한 김정일 동지는 선군 조선의 영원한 백전백승의 기치이시다’란 제목의 사설에서 “혁명 위업의 최후 승리는 선군 영도의 확고한 계승에 의해 담보된다”고 밝혔다.
김정은이 최고사령관직에 오른다고 해서 정권을 완전 장악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형식적으로는 최고 지도자가 되겠지만 당분간 군부 집단지도체제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군부로 범위를 좁혀서 보면 그의 강력한 후원자인 이영호 총참모장, 김정각 총정치국 제1부국장, 김영철 정찰총국장과 역할을 분점하는 형태가 될 공산이 크다. 세 사람의 경우 김 위원장이 김정은을 후계자로 지명하면서 자신의 사후에 대비해 온 인물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거기다 지난해 9월 대장 칭호를 받은 고모 김경희 당 경공업부장과 24일 대장 계급장을 달고 등장한 고모부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도 권력분점에 동참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이렇게 보면 현 시점에서 김정은 체제가 확고하다고 진단할 수는 없다. 그가 최고지도자로서의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 군부 집단지도체제에 균열이 생길 수밖에 없고 이는 의외의 쿠데타로 연결될 수도 있다는 게 대북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성기철 기자 kcs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