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본 2011년-⑥ 재스민 혁명] ‘철권’ 부순 民의 힘 민주화는 진행형
입력 2011-12-25 20:08
올 한 해 북아프리카를 비롯한 중동 지역은 그야말로 ‘격변의 시기’였다. 튀니지를 시작으로 이집트·리비아·예멘에서 장기 집권하던 독재정권이 차례로 무너졌고, 튀니지와 이집트는 최근 역사적인 민주 선거까지 치렀다. 시리아 등에서 계속되는 저항의 물결은 아직도 ‘아랍의 봄’이 현재 진행형임을 보여준다.
청년 노점상의 분신이 역사의 시작이었다. 지난해 12월 17일 튀니지 중부의 한 소도시에서 26세 청년 노점상 모하메드 부아지지가 분신자살을 시도했다. 대학졸업 후 직업을 구하지 못해 무허가 청과물 노점상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부아지지가 경찰 단속으로 모든 생계수단을 잃자 극단적인 항의 표시를 한 것이다. 올해 1월 4일 부아지지가 숨지자 주변 지역으로 들불처럼 번진 시위는 정부의 강경 진압으로 사상자가 속출하면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결국 민중의 요구에 떠밀린 엘 아비디네 벤 알리 대통령은 같은 달 14일 사우디아라비아로 망명했다. 1987년 무혈 쿠데타 이후 23년간 지속된 철권통치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튀니지 국화에 빗대어 ‘재스민 혁명’으로도 불리는 이 혁명은 이후 다른 아랍 국가에 민주화 시위를 확산시키는 기폭제가 됐다.
재스민 혁명에 자극받은 이집트 국민이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에 나선 것은 지난 1월 25일이었다. 무바라크 대통령이 군대와 탱크를 동원해 시위를 진압하려 하자 시위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 2월 1일에는 이집트 전역에서 시민 100만명 이상이 거리로 나왔다.
30년간 비상계엄법에 의지해 ‘현대판 파라오’로 군림한 무바라크 대통령은 결국 시위 발생 18일 만인 같은 달 11일 권좌에서 물러났다.
혁명의 기운은 리비아로 건너갔다. 2월 15일 시작된 리비아의 반정부 시위는 무아마르 카다피의 유혈 진압에 맞서 시민이 총을 들면서 내전으로 비화됐다. 3월부터 시작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지원에도 카다피의 강력한 저항으로 지지부진했던 반군의 공세는 8월 말 수도 트리폴리를 함락하면서 전기를 마련했다.
쫓기는 신세가 된 카다피는 결국 10월 20일 고향 시르테 인근에서 반군에게 붙잡혀 ‘42년간 최장수 독재’라는 기록을 남기고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아라비아 반도 남단의 예멘을 33년간 장기 집권한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도 ‘아랍의 봄’이라는 거대한 흐름을 넘지 못했다. 그는 지난 1월 시작된 반정부 시위에 맞서 끝까지 퇴진을 거부했다. 그러나 카다피 사망 한 달 만인 지난달 23일 결국 면책을 조건으로 권좌에서 물러난다는 내용의 권력이양안에 서명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