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시대] 中, 4국 대사 불러 “북 자극말라”… 도 넘은 ‘간섭 외교’

입력 2011-12-25 19:55

중국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눈에 띄게 북한 후견인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미국 등이 북한의 불확실성을 예의주시하며 일단 관망(wait and see)하는 정책을 펴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재빨리 김정은 체제를 공식인정하고 국제사회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이 외교적으로 너무 도를 넘어 처신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 사망 발표 다음 날인 20일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은 한·미·일·러 외교장관과 전화회담을 통해, 장즈쥔 외교부 상무부부장은 해당국 대사들을 차례로 외교부로 불러 “북한 내부는 안정돼 있다. 북한을 자극하지 마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중국은 한반도와 주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이 중국뿐 아니라 각국에도 이익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같은 중국의 지나친 외교행위가 중국이 북한을 ‘자기 영역’으로 간주하고 있고, 특히 북한의 불안정이 자국의 동북아 안보 이익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서둘러 행동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처음으로 공식 언급한 “북한의 안정적 전환을 기대한다”는 입장에서 더 나아가지 않고 관망 중이다. 백악관이나 국무부 대변인도 정례브리핑을 통해 “지금은 북한의 애도 기간”이라며 “이후 북한 새 지도부의 첫 반응을 지켜보겠다”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의 ‘오버 액션’은 이미 심화된 북한의 중국 경제 의존도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북·중 국경이 폐쇄 이틀 만에 다시 열린 것은 북한이 그만큼 경제적으로 중국에 많이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신속한 통행 재개가 북한 현실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북한의 경제적 중국 의존도가 높아 오랫동안 국경을 폐쇄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미 북한의 기득권층이 중국과의 상업적 교류에서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분석도 함께 제기됐다.

신문은 또 두 나라의 이런 유대관계는 역설적으로 북한 내 변화를 촉진하는 강력한 힘이 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2년간 북한에 중국식 시장경제 개혁을 도입하기 위해 국경 지방에 자금을 쏟아부었다.

한편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가 현재까지는 북한에 특이동향이 없다고 파악하고 있으나, 탈북 난민 유입과 관련된 대응책 검토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은 또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면 한국에 거주하는 일본인 철수와 수송에 미군 지원을 요청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