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 사례금은 기본 컨설팅 업체 동원 신종수법까지… 의약품 리베이트 2000여명 적발
입력 2011-12-25 19:55
의약품 리베이트 수수에 대한 쌍벌제 시행과 정부 단속에도 불구하고 의사 및 병원과 제약업체 간 검은 거래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에는 단속을 피하기 위해 제약업체와 판매대행 계약을 맺은 컨설팅업체가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신종 수법이 판치고 있으나 처벌할 조항이 없어 법 개정이 시급하다.
◇끊이지 않는 의약품 리베이트 ‘복마전’=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반장 김우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은 지난 7월부터 2차 단속을 벌인 결과 의사 5명을 포함, 의료기관 종사자 6명과 제약사 관계자 10명, 의약품 도매업자 6명, 시장조사업체 직원 3명을 적발해 11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14명을 약식 기소했다고 25일 밝혔다.
수사반에 따르면 B제약회사는 지난해 3∼4월 2쪽 짜리 간단한 설문조사를 의뢰한 뒤 건당 5만원씩 제공해 의사 858명에게 약 13억원을 뿌렸다. D사와 F사는 지난해 E병원 창립기념품 구입비로 각각 1억원과 1억4000만원을 대신 내줬고, G의원 이모(36) 원장은 의약품 도매상에서 개업자금 5000만원을 지원받았다. 제약업체 영업사원에게 대신 설문지를 작성케 하고 1500만원의 리베이트를 받은 공중보건의도 적발됐다.
수사반은 리베이트 수수사실이 확인된 의사 1644명과 약사 393명에 대해 보건복지부 등에 면허정지를 포함한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당국은 통보된 의사에 대해 리베이트 액수에 따라 2개월부터 최장 12개월까지 면허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검토 중이다. 지난 6월까지는 리베이트액 300만원 이상만 2개월 면허정지 처분을 내렸다. 새로 적용되는 기준은 벌금 500만원 이하의 경우 2개월, 500만∼1000만원은 4개월, 2500만∼3000만원은 12개월 면허정지 처분하고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면허를 취소한다. 또 제약회사 8곳과 도매상 3곳에 대해 부당지급 요양급여를 환수토록 했다.
◇신종 리베이트 처벌, 약사법 개정 시급=수사반은 단속과정에서 의료 관련 컨설팅업체가 제약업체와 판매대행 계약을 맺고 의약품 판촉활동을 하면서 의사 200명에게 현금, 병원물품, 의료장비 등 4억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례가 적발됐으나 현행법상 처벌대상에 해당되지 않아 내사 종결했다며 약사법 개정을 건의했다.
현행 약사법은 허가를 받은 제약회사, 수입회사, 도매상이 리베이트를 제공하거나 이들 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는 의료인만 처벌하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컨설팅업체 등을 통한 신종 리베이트를 막기 위해서는 리베이트 제공금지 주체를 ‘의약품 유통에 관련된 모든 사람’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재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