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시대] 이희호·현정은 26일 방북… 김정은 면담 가능성
입력 2011-12-26 00:05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조문을 위해 방북함에 따라 북한의 새 지도자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별도의 면담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문단은 26일 오전 8시20분쯤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군사분계선(MDL)을 넘은 뒤 북측에서 제공한 차량 편으로 김 위원장 시신이 안치된 평양 금수산기념궁전을 찾아 조문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전문가들은 어떤 식으로든 조문단과 김정은의 만남이 성사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정은이 현재 상주 자격으로 외국 사절단 조문을 받고 있어 이 여사 일행을 따로 접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 북측이 적극성을 보이며 조문 방북을 허용한 것은 김 위원장의 유훈을 받드는 것인 만큼 김정은이 우리 측 조문단과의 만남을 굳이 피할 이유가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 여사는 6·15 남북공동선언을 낳은 2000년 제1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영부인 자격으로 김 위원장을 만났고 2009년 김 전 대통령 서거 당시 남한을 방문한 북측 고위급 조문단은 빈소에 조문하고 나서 이 여사와 별도로 면담한 적이 있다. 현 회장 역시 김 위원장 시절 남북협력사업으로 시작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 파트너인 현대그룹을 지휘하는 등 김 위원장과 수차례 만났다.
조문단이 당초 낮 12시를 전후로 MDL을 통과할 예정이었으나 북측이 오찬을 이유로 일찍 출발할 것을 요구해 방북시간이 앞당겨진 점도 북 고위층과의 면담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정은이 주최하는 오찬일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게다가 이번 조문단이 김 전 대통령과 정몽헌 회장 사망 시 북측의 조문에 대한 답례 성격이고 인원도 유족과 필수적인 실무자들로 한정됐다는 점도 면담 성사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여사 측에서는 이 여사 본인과 큰며느리, 차남 홍업씨, 삼남 홍걸씨 등 김 전 대통령 유족 5명, 윤철구 김대중평화센터 사무총장 등 실무자 8명이 조문단에 포함됐다. 이 여사 측이 포함시킬 것을 요구했던 민주통합당 박지원 의원,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정부 반대로 빠졌다.
현 회장 측은 현 회장 본인과 장경작 현대아산 대표 등 현대그룹 임직원 4명으로 구성됐다. 통일부 실무자는 포함되지 않았다.
조문단과 김정은의 만남이 이뤄질 경우 비록 민간 차원의 조문단이기는 하지만 남측 인사들과 처음 대면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형식으로든 대남 메시지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남북관계가 경색된 만큼 정치적 의미를 부여할 만한 면담은 불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북측 최고지도자의 면담은 그간 전례로 보아 예측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상중인 김정은이 직접 오찬을 주재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이 여사 측은 개성공단 입주기업 2~3곳을 둘러본 뒤 27일 오후 3시쯤, 현 회장 측은 낮 12시20분쯤 귀환할 예정이다.
이용웅 기자 yw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