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온호 다가가자 조난 러 어선 선원들,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사랑해요!”

입력 2011-12-26 00:22


한국 최초의 쇄빙선 아라온호가 성탄절인 25일(이하 한국시간) 남극해에서 조난당한 러시아 어선 ‘스파르타’호 구조를 시작했다. 조난 소식을 듣고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리틀턴항을 지난 18일 긴급 출항한 지 7일 만이다.

아라온호는 이날 오후 6시쯤 스파르타호가 유빙들에 갇혀 있는 남위 74도, 서경 159도 사고현장에 도착, 본격적인 구조작업에 돌입했다.

스파르타호는 왼쪽으로 12도 정도 기울어진 상태지만 이 배에 타고 있던 러시아, 인도네시아 등 다국적 선원 32명은 모두 무사한 상태다. 아라온호가 다가가자 선원들은 손을 흔들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특히 인도네시아 선원들은 “안녕하세요” “사랑해요” 등 한국어로 인사말을 건네기도 했다.

지난 15일 배가 빙산에 부딪혀 파손됐을 때 선원들은 죽음의 공포에 휩싸였다. 해류를 따라 선박이 표류하면서 당초 사고지점에서 60㎞ 떨어진 곳으로 떠밀려 가면서 불안감이 커졌다. 하지만 아라온호가 3000㎞ 떨어진 곳에서 달려온다는 소식을 듣고 이들은 힘든 조난 생활을 견뎌왔다. 아라온호가 유일한 희망이었다. 아라온호는 GPS수신기 등을 통해 정확하게 스파르타호를 찾을 수 있었다. 아라온호 김현율 선장은 “망망대해 남극해에서 얼음에 둘러싸여 완전히 고립된 그들을 구조하기 위해 전속력으로 달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리 작업에는 난항이 예상된다. 한재홍 기관장 등이 스파르타호로 가서 상태를 확인한 결과 파손 상태가 예상보다 심각했다. 스파르타호를 수리하더라도 뉴질랜드까지 항해하는 것이 무리라고 판단, 선박을 버리고 선원들만 구조하는 방안도 아라온호는 검토했으나 스파르타호의 선장 알렉 발로시는 선박수리 후 유빙지역 밖으로 예인해줄 것을 강하게 요청했다.

결국 스파르타 측 요구가 받아들여져 구조작업이 시작됐다. 스파르타호의 연료를 넘겨받기 위해 7847t급의 아라온호가 500t 급의 스파르타호 옆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스파르타호의 무게를 가볍게 해서 배를 적정높이로 띄운 뒤 땜질을 하기 위해서다. 수리가 끝나면 다시 연료를 넘겨주면 된다.

스파르타호가 항해할 수 있을 정도로 수리를 마치면 아라온호가 앞장서서 얼음 바다 위에 길을 내고 스파르타호가 뒤따르게 된다. 얼음이 없는 해역까지 스파르타호를 인도하면 아라온호의 구조업무가 마무리된다. 구조가 완료되기까지는 3일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라온호는 구조활동을 마치는 대로 제2 남극기지(장보고 기지) 건설 예정지역인 테라노바 만으로 이동, 기지건설에 필요한 사전 조사 작업과 남극 연구 활동을 지원할 계획이다.

아라온호(남극해)=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