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개미’들이 똑똑해졌다… 단기 저점서 사고 고점서 팔고

입력 2011-12-25 19:39


개인투자자 김모(37)씨는 지난 19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발표 당일 하루 종일 컴퓨터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오전 북한에서 ‘특별방송’이 예고된 순간부터 각종 인터넷 사이트와 증권 블로그에 들어가 시시각각 상황을 체크했다. 낮 12시 발표 직후 한때 투매현상이 일어나자 갖고 있던 3000만원어치 주식을 처분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 주가가 오히려 올랐고, 그동안 연평도 피격사건 등 북한 변수도 하루 이틀 지나면서 회복됐던 사실을 떠올리며 기다렸다. 오후 2시를 전후해 주가가 조금 회복되자 계속 보유하기로 결심했다. 오히려 여유 자금으로 갖고 있던 2000만원을 더 투자해 주식을 사들였다. 김씨는 지난 21일 갖고 있던 주식 중 2500만원어치를 팔아치워 이익을 실현했다.

‘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이 똑똑해졌다. ‘개미가 사면 고점’이라는 주식시장 격언은 이제 옛말이 됐다.

25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등 주요사건을 계기로 나타난 투자자별 매매동향을 분석한 결과 개인은 단기저점에서 매수했다가 단기고점에서 절묘하게 팔았다.

지난 1일 코스피가 전날보다 68포인트 이상 급등해 1910선대로 올라서자 개인들은 역대 최대인 1조6809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단기저점인 1780선대를 전후해 저점 매수해왔던 물량을 털어내 적지 않은 차익을 본 것이다. 외국인과 기관은 반대로 이날 각각 6336억원과 1조965억원을 순매수했다. 이후 코스피는 지난 5일 1920선까지 조금 올랐다가 유럽 재정위기로 지난 15일 1810선대로 폭락했다.

이런 모습은 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김 위원장 사망 발표 때도 되풀이됐다. 김 위원장 사망 소식으로 코스피가 장중 90포인트 폭락한 지난 19일부터 이틀간 개인은 대거 순매수에 나섰다. 하지만 지수가 21일 55포인트나 반등하자 물량을 대거 처분했다.

개미들의 발 빠른 대응은 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빠르게 정보를 분석하고 공유하기 때문이다. 각종 증권 관련 인터넷 사이트와 증권사들의 증권 블로그를 통해서도 상호 정보를 교환한다.

하지만 최근 개인들의 선전은 시기적으로 운을 잘 만난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개인들이 투자 판단을 예전보다 잘했다기보다는 원래 하던 대로 단기 매매에 충실했는데 마침 시장이 개인에 유리한 방향으로 움직여줬다는 것이다.

오종석 기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