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노송동 ‘얼굴없는 천사’ 각계에 기부 바이러스를 퍼뜨리다
입력 2011-12-25 19:43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십시오. 힘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전주시는 올해도 어김없이 노송동에 ‘얼굴 없는 천사’가 찾아왔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노송동 주민을 위해 써 달라며 각계에서 성금과 물품이 이어지고 있다고 25일 밝혔다.
노송동 주민으로 구성된 노송동애향회는 자신들보다 더 어려운 이웃에게 전해 달라며 50만원어치의 쌀을 보내왔다. 남노송동 전주제일고 학생들은 학급비를 아껴 마련한 5만원을 내놓았다. 생활이 여유롭지 못한 서민들이 이름을 밝히지 않고 성금을 보내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한 교회가 매주 토요일에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점심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을 비롯해 종교계에서도 1100여만원어치의 쌀, 라면, 김치를 전해왔다.
지난해에도 ‘얼굴 없는 천사’가 다녀간 뒤 노송동에는 2개월 동안 17개 단체와 개인들의 참여로 2000여만원의 성금과 물품이 답지했었다.
‘얼굴 없는 천사’는 2000년 당시 노송동사무소에 58만여원이 든 돼지저금통을 놓고 사라진 뒤 올해까지 12년간 13차례에 걸쳐 선행을 이어오고 있다. ‘얼굴 없는 천사’는 지난 20일 어려운 이웃에 대한 사랑과 격려의 메시지를 남긴 뒤 올해도 노송동주민센터에 5024만원이 든 돼지저금통을 놓고 사라지는 등 지금까지 2억4000여만원을 기부했다.
이를 지켜본 노송동 주민들은 매년 10월 4일을 ‘천사의 날’로 정해 홀로 사는 노인들의 이불을 빨아주고 나눔장터를 열었고, 고장 난 자전거를 수리해주는 등 이웃을 돕고 있다.
노송동주민센터 사회복지도우미 임영희씨는 “기부천사의 출현을 계기로 주민들이 각자 할 수 있는 봉사를 찾아 실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김장김치, 식사 대접, 연탄 배달 등 주민들의 선행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센터 장덕현 계장은 “기부천사가 다녀가면 30∼50여건의 기부가 이어진다”며 “한 사람의 선행이 행복 바이러스가 돼 우리 사회 곳곳으로 퍼져 나가는 것 같아 흐뭇하다”고 말했다.
전주=이상일 기자 silee06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