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섬 교회… 재정자립 교회 10곳 중 1곳 그쳐

입력 2011-12-25 19:14

경남 사천시 마도에 있는 마도교회 김홍윤 목사는 옆 섬 신도에 갈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한때 30가구가 넘는 사람이 살았고 교회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노인들 10여명만 남았고 얼마 전에는 교회마저 유지하기가 힘들어 문을 닫고 말았다. 김 목사는 가끔 조그만 배를 타고 건너와서 전도를 하는데 교회의 옛 터를 보면 많은 생각이 든다. 교회가 오죽 어려웠으면 문을 닫았을지 짐작도 가고, 작은 섬에서 18년째 목사로 살고 있는 자신도 그렇게 될까 마음이 착잡하다.

문 닫는 섬 교회는 신도뿐만 아니다. 각이도(전남 영광), 죽도(전남 신안) 등은 섬사람들이 모두 육지로 나가면서 무인도가 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문을 닫았고, 세어도(인천 서구)와 내죽도(전북 고창) 등은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도저히 교회를 지탱할 수 없어 폐쇄됐다. 어떤 섬에는 녹슨 십자가가 그대로 있어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예전에는 섬마다 초등학교가 있었지만 지금은 폐교된 숫자가 훨씬 많고 이런 추세는 계속 이어져 앞으로는 몇 개의 큰 섬 외에는 학교를 구경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속에서도 교회가 문 닫는 일만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희생을 감수하는 목회자도 있다. 독거도(전남 진도)의 김성춘 목사, 육도(경기 안산)의 이용준 목사는 70세가 훨씬 넘는 나이이고 섬에 온 지 19년 혹은 23년이 지났음에도 교회의 앞날을 생각하면 도저히 섬을 떠날 수 없어 그대로 머물고 있다.

섬 전문 선교기관인 한국섬선교회의 자료를 보면 한국에는 427개의 유인도에 622개의 교회가 있다. 이 가운데 재정 자립교회는 10% 내외다. 지역별로 조금 살펴보면, 경남 통영시에는 22개 섬에 39개의 교회가 있고 자립 교회는 7개이다. 전남 진도군에는 24개의 섬에 29곳의 교회가 있고 자립교회는 두 곳뿐이다.

전남 영광군 상낙월도의 낙월교회는 지난 5개월 동안 목회자가 공석이었다. 사례비가 적기 때문에 부임하려는 목회자가 없었던 것이다. 예전에는 1000명이 넘는 인구가 살았고 교회 살림도 괜찮은 때가 있었지만 이제는 인구가 10분의 1로 줄었고 교인수도 15명에 불과하다. 노인들뿐이니 헌금 역시 얼마 되지 않는다. 다행히 한 달 전에 목회자가 부임했지만 이 교회 김승제(58세) 장로는 여전히 걱정이다.

“저희 교회에서는 제가 제일 나이가 어리고 모두들 노인들이십니다. 그러니 사례비를 드릴 여력이 어디 있겠습니까? 걱정스러울 뿐입니다.”

한국섬선교회 회장 최종민 목사는 “기회만 있으면 섬을 벗어나고 싶은 것이 섬 목회자들의 솔직한 심정일 것”이라며 “그러나 내가 떠나면 누가 이들을 돌보겠는가 하는 물음 앞에 결국 섬 사역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또. “해외 오지엔 열심히 교회를 세우는 한국교회가 섬 교회의 절박한 처지를 외면하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역설했다.

매년 섬 교회와 도시 교회 간 자매결연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섬선교회(www.ksum.org)는 재정이 어려운 섬 교회의 현황서를 원하는 분께 보내주고 선교비는 섬 교회로 직접 송금하도록 주선하면서 도시 교회와 성도들의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02-2202-1493).

김무정 기자 k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