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주요 도시서 부정선거 규탄 시위… 고르바초프 “푸틴, 대선 출마 포기하라”

입력 2011-12-25 19:09

수도 모스크바를 비롯해 러시아 주요 도시에서 24일(현지시간) 부정 총선을 규탄하는 20년 내 최대 규모의 시위가 열렸다.

이날 집회는 지난 10일 이후 러시아 전역에서 수만명이 시위를 벌인 데 뒤이은 것이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에 자국 시위대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고 3선 대통령에 도전하는 대신 정계에서 물러날 것을 촉구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모스크바 북쪽 ‘사하로프 대로’에서 오후 2시부터 개최된 집회에는 주최 측 집계 12만명(경찰 추산 2만9000명)이 참석했다.

이는 최근 20년 사이 최대 규모의 집회였다. 집회장 주변에는 경찰과 대(對)테러부대 ‘오몬’ 요원들이 대규모로 배치돼 질서 유지에 나섰으나 시위 자체를 방해하지는 않았다.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피오네르 광장’과 ‘사하로프 광장’에서도 약 25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선거 부정 규탄 시위가 열렸다. 이 밖에 모스크바 인근 도시 야로슬라블, 서부 시베리아 도시 바르나울, 남부 도시 크라스노다르, 극동 블라디보스토크 등 주요 도시들에서도 수백명이 참가한 집회가 열렸다. 야권의 대규모 시위는 지난 4일 총선 이후 3주째 계속되고 있다.

집회 참가자들은 대부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블라디미르 추로프 사퇴와 총선 재실시 등을 요구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편 옛 소련의 마지막 지도자인 고르바초프는 이날 현지 라디오방송 ‘모스크바 에코’와의 인터뷰에서 “푸틴 총리에게 지금 떠날 것을 권고한다. 그는 이미 대통령 두 번과 총리 한 번 등 총 세 번의 임기를 거쳤다. 세 번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푸틴은 내가 한 것처럼 똑같이 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지난 12년간 그가 이뤄낸 모든 긍정적인 성과들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정진영 기자 jy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