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형의 ‘문화재 속으로’] (99) 끝· 2011 문화유산계 결산

입력 2011-12-25 19:01


올해 문화유산 분야의 가장 대표적인 키워드를 꼽으라면 ‘해외문화재 귀환’이라 하겠습니다. 프랑스가 병인양요(1866년) 때 약탈한 외규장각 의궤가 145년 만에,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이 강제 반출한 궁내청 도서가 100여년 만에 고국 품에 안겼지요. 외규장각 도서 반환의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한 재불 서지학자 박병선 박사가 타계해 안타까움을 자아냈습니다.

외규장각 의궤 297권은 ‘5년 갱신 조건의 영구 임대’라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지만 우여곡절 끝에 우리나라로 되돌아왔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와 달리 일본 궁내청 도서 150종 1205책은 ‘반환’이 아니라 ‘인도’라는 형식을 빌리기는 했지만 소유권이 실질적으로 한국에 넘어왔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해외문화재 귀환으로 평가됩니다.

새로운 매장문화재 조사 제도 도입을 둘러싸고 밀어붙이는 쪽과 반대하는 쪽으로 갈려 한국고고학계가 몸살을 앓기도 했습니다. 지난 2월 15일 시행에 들어간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 및 시행 규칙’을 놓고 이를 밀어붙인 문화재청과 반대하는 고고학계 사이에, 또 학계 내부에서조차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답니다.

고고학회는 “이 법령에는 고고학의 미래뿐만 아니라 소중한 민족문화유산 보존에 심각한 악영향을 가져올 독소 조항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지요. 전문적인 학술지식이 없어도 발굴조사 경력만 있으면 조사원이 될 수 있고, 조선후기 유적은 표본조사만 가능토록 함으로써 유물 파괴를 조장한다는 것, 아직까지 풀지 못한 문제랍니다.

발굴에서는 충남 태안 앞바다 마도 3호선에서 낭보를 전했습니다. 고려시대 목간(木簡) 32점 등 숱한 유물이 쏟아졌거든요. 목간 문자 판독 결과 이 선박은 몽골 침략기인 임시수도 강화 시절에 전라도 일대에서 거둔 세공(歲貢)을 싣고 여수항 혹은 그 주변 어딘가에서 출항해 서해 연안선을 따라 강화도를 향해 북상하다 난파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삼국시대 갑옷도 잇따라 발굴됐습니다. 경기 연천군 무등리 보루에서 고구려시대 온전한 갑옷이 발굴되더니 충남 공주 공산성 집수(集水)시설에서도 백제 멸망기 직전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옻칠 갑옷이 출토됐답니다. 6·25전쟁 61주년을 맞은 지난 6월 25일 태풍 메아리에 붕괴된 경북 칠곡 ‘호국의 다리’(옛 왜관철교)는 문화재 보존의 허실을 드러내는 사고였습니다.

택견과 줄타기, 한산모시가 유네스코의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되는 경사스런 일도 있었답니다. 다사다난했던 2011년이 저물어 갑니다. 한 해 동안 크고 작은 일들을 ‘문화재 속으로’와 함께 했습니다. 내년에는 문화유산계에 더욱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기기를 바라면서 2010년 2월 1일자부터 시작한 ‘문화재 속으로’ 연재를 마무리합니다. 그동안 애독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문화생활부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