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의 과학적 원리와 우수함 전달하고 싶었다”… ‘뿌리 깊은 나무’의 장태유 PD

입력 2011-12-25 18:51

대본 연기 영상 연출 어느 하나 나무랄 데 없이 ‘명품사극’이라는 찬사를 받은 SBS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가 지난 22일 막을 내렸다. 세종(한석규)이 반대 세력 정기준(윤제문)의 방해에도 한글 반포에 성공했으나 소이(신세경) 채윤(장혁) 무휼(조진웅) 등 세종 측근들이 모두 목숨을 잃는 것으로 드라마는 극적 반전과 함께 긴 여운을 남겼다.

이 드라마를 연출한 장태유(39) PD는 마지막 방송이 끝난 직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마지막 방송 직전까지 편집을 하고 후반부 영상이 담긴 테이프는 방송이 시작된 후에야 SBS로 전달됐기 때문에 “하마터면 방송사고 날 뻔했다”는 그는 “무사히 끝나 정말 다행”이라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장 PD는 “집현전 학사의 죽음으로 시작된 연쇄살인의 고리를 계속 맞추려다 보니 억지스러운 감이 있어 추리극 형식을 끝까지 유지하지 못한 게 아쉽다”며 “제작비와 시간의 문제로 와이어 액션이 필요한 출상술(땅을 박차고 위로 솟구치는 무술)도 나중에는 포기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크게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정치 색깔을 띤 드라마가 됐다”는 그는 “위정자의 생각보다는 한글의 과학적 원리, 우수함을 잘 전달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미국 연수를 다녀오면서 한국인들은 돈만 있으면 미국에 가고 싶어하고 영어에 돈을 쏟아붓는다는 걸 새삼 느껴 시청자의 10%라도 한글의 소중함에 대한 인식 변화를 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었다고.

그는 “마지막회 대본을 받는 순간 반포식 장면만 80쪽인데 시간은 없고 낮에만 찍어야 하니 죽겠더라”며 “소이가 동굴에서 죽는 장면도 오전 9시에 시작해 자정에야 끝낼 수 있었다. 사실 반포식은 개파이의 난입으로 아수라장이 된 식장에 백성과 신하가 한데 섞여 한글을 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잘 안됐다”고 말했다. 드라마 성공의 1등공신으로 배우들을 꼽은 그는 “특히 한석규씨는 대본을 항상 연구하면서 내가 짠 콘티를 바꾸게 했다. 광평대군이 죽은 신에서도 대본에는 시신을 태운 가마 앞으로 세종이 와서 운다고 돼 있었는데 우는 대신 죽은 광평을 가마에서 꺼내 그의 팔을 들었다 놓았다 하며 차마 믿지 못하겠다는 연기를 펼쳤다. 내가 봐도 눈물 나는 장면이었다”고 소개했다.

조선시대 화가 신윤복을 소재로 한 ‘바람의 화원’에 이어 또 팩션(팩트+픽션)사극을 제작한 것에 대해 “모든 게 허구인 이야기보다는 사실에 바탕을 둔 스토리가 힘이 있다. 꼭 사극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현대극에도 팩션을 가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 걸핏하면 욕을 하고 똥지게를 지는 등 역사적 사실을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우리는 족보가 없는 백성과 여자를 내세웠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세종의 경우도 왕조 사극은 왕을 어떻게 다뤄도 고소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 왕족들은 자존심이 있어서 절대로 고소하지 않는다는데 진짜 그런 것 같다”며 웃었다.

이광형 선임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