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한국교회 성탄절 스케치

입력 2011-12-25 19:35


“기쁘다 구주 오셨네. 만 백성 맞으라.”

2011년 성탄절을 맞은 전국교회는 혹한의 추위 속에서도 일제히 성탄축하 예배를 드리고 하나님의 사랑과 은총이 온 누리에 가득하길 기원했다. 또 낮은 곳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섬김 정신을 본받아 불우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참된 그리스도인이 될 것을 다짐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온누리교회, 소망교회, 명성교회, 사랑의교회, 금란교회 등 국내 대표적인 교회들은 하루 종일 여러 차례의 성탄축하 예배를 겸한 주일예배를 드렸다.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 목사는 ‘즐거운 크리스마스’라는 설교에서 “오늘은 구원의 희망의 빛으로 오신 예수님을 맞는 즐거운 크리스마스”라며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요 구원이신 예수님의 거룩하신 길을 함께 가는 진정한 크리스천이 되자”고 말했다. 이영훈 목사는 “주님이 이 땅에 오신 귀한 뜻을 되새기는 성탄절이 되길 기대한다”며 “예수 그리스도가 오신 참된 의미는 나눔 섬김 희생이다. 이웃에게 사랑을 나누는 성탄절이 되자”고 설교했다.

김삼환 명성교회 목사는 ‘베들레헴아 너는 행복자로다’(마 2:1∼12)를 제목으로 “동방박사들이 별을 찾아와 예수님을 발견하고 참된 기쁨을 얻었듯이, 우리 모두 주님만 바라보고 진정한 성탄의 기쁨을 누리며 참된 회복의 길로 나아가는 성탄절이 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5차례 예배를 준비한 사랑의교회는 예배시간마다 150여명의 성가대와 오케스트라가 성탄을 축하하는 찬양이 열렸다. 어린이성가대 등이 참여한 성탄 특별 연주도 펼쳐져 성탄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올해 만 100세인 방지일 영등포교회 원로 목사와 전 탁구선수 양영자 선교사, 탤런트 신세경씨가 성탄 축하 인사를 전했다. 이 교회 성도 1000여명은 서울 강남 구룡마을과 과천 꿀벌마을에 연탄 4만장을 직접 배달했다.

오정현 사랑의교회 목사는 크리스마스 서신을 통해 “주님이 모든 나라와 민족과 열방을 위해 이 땅에 오심으로 기쁨과 평화가 도래했다”며 “이 감격의 은혜가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임하길 진심으로 축원한다”고 말했다.

성탄절을 맡아 특별행사를 마련한 지역도 많았다. 제주시청 앞에서는 제주시 각 교회 자원봉사자들과 성도들이 나서 불우 이웃을 위한 모금 활동을 펼쳤다. 성가대원들은 찬송가와 캐럴송을 부르며 현장 분위기를 훈훈하게 만들었다. 제주 성안교회는 유아 및 청소년부 학생들이 참여하는 성탄 예배와 행사를 열었다.

경기도 하남 초이화평교회 양진우 목사는 아기 예수를 만나 가정과 교회 우리 민족이 모두 다 축복받길 기원했다. 성탄예배를 마친 성도들은 최근 화재가 발생한 비닐하우스 주민들을 찾아 성탄의 기쁨을 함께했다.

성도들은 가벼운 주머니 사정에도 구세군 냄비에 들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강원도 원주시 교회들은 성탄절을 맞아 취약 계층에게 1000포대의 쌀을 전달했다. 이만희 구세군대한본영 사령관은 “경기 침체의 긴 터널 속에 찾아온 성탄절이 우리 모두에게 넉넉하고, 남을 배려하는 예수 탄생의 참의미를 일깨워 주고 있다”고 말했다.

도심 거리도 북적였다. 종교적인 의미 이상으로 모든 사람들의 축제일이 된 크리스마스를 즐기기 위해 나들이 나온 시민들이 많기 때문이다.

울산교회에서는 성탄전야 축제가 1부 예배, 2부 교육부서 공연, 3부 할렐루야 찬양대칸타타 공연 순으로 펼쳐졌다. 유치부의 인사말에 이어 장로회의 오프닝 무대, 영유아부의 ‘선교사님과 함께하는 성탄축하’,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의 ‘크리스마스 메들리’ 등을 선보였다.

북한교회는 성탄절을 어떻게 보냈을까. 성탄절이 되면 평양에 있는 봉수교회와 칠골교회 등에서도 성탄기념 예배가 열린다. 형식적이긴 하지만 성탄절 분위기가 조금 느껴질 정도라는 것이 탈북자들의 증언이다. 그러나 올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공식 애도기간(12월 17일∼29일) 중에 성탄절이 끼어 별다른 움직임 없이 교회 역시 조용하게 보냈다고 한 대북 소식통이 전했다.

탈북자 강철호 새터교회 목사는 “북한 내 지하교인들은 성탄절에 몰래 기념예배를 하는 것으로 안다”면서 “혹 이런 사실이 북한 당국에 적발되면 정치범수용소에 끌려 간다”고 말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