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 국면 ‘中 우칸촌 사태’ 뒤늦게 드러나는 당국의 고문 실태… “수갑 채운채 30시간 이상 고문”

입력 2011-12-23 19:39

중국 광둥성 우칸촌에서 멀지 않은 산터우(汕頭)시 하이먼(海門)진에서 집단 시위에 나선 주민들과 경찰 간 유혈 충돌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우칸촌 사태’는 수습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석방된 주민을 통해 악랄했던 고문 실태가 드러나고 있다.

미국에 본부를 둔 반체제사이트 보쉰은 ‘하이먼 사태’ 3일째인 22일 주민 1만명이 폭동진압 경찰에 맞서 유리병과 벽돌을 던지고 경찰차를 뒤집어 불태우는 등 유혈 충돌을 빚었다고 23일 보도했다. 보쉰은 화력발전소 건설에 반대하는 시위 과정에서 6명이 숨지고 300여명이 다쳤다는 소식이 인터넷에 떠돌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날부터는 학생들도 시위에 참여했고 시위대들이 경찰의 방패나 투구를 빼앗으려고 해 양측간 충돌이 격화됐다. 경찰은 이날 오후 3시쯤 최루탄을 쏘기 시작했고 동시에 총 소리도 들렸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시위대는 밤이 되면서 흩어졌지만 장기적으로 대항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위대가 벽돌을 던지며 하이먼진 정부 청사의 경비실을 습격했으며 인민대회당과 정부청사의 명판을 뜯어내 거리에 내팽개쳤다고 전했다. 이에 맞서 무장경찰 수천 명은 선전과 산터우를 잇는 고속도로로 통하는 도로를 봉쇄했다.

이에 대해 신화통신은 만약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지 못하고 지역 주민의 승인을 받지 못하면 화력발전소 건설이 시작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우칸촌 집단시위 과정에서 당국에 체포됐던 주민이 석방되면서 30시간 이상이나 계속 고문을 했던 실상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홍콩 명보는 체포됐던 주민 3명 중 석방된 장젠청(張建成·26)이 “구금 기간 31시간30분 동안 수갑을 찬 채 계속 고문을 받았고 잠을 자지 못했다”며 “나는 젊지만 그런 가혹한 상황은 견뎌내기 어려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또 “구금 중 숨진 쉐진보도 29시간 동안 고문을 받았다”면서 “경찰이 숨진 쉐진보의 시신을 메고 나가는 걸 봤다”고 전했다.

그는 “석방된 뒤 언론과 접촉하지 말라는 경고를 받았다”며 “당국에 체포된 주민 중 나머지 2명은 잘못을 시인하는 서류에 서명하기를 거부해 석방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주밍궈(朱明國) 광둥성 부서기는 장젠청이 석방된 이후 몇 시간 뒤 마을을 방문했는데 주민들은 거리로 나와 ‘환영합니다’라는 글귀가 적힌 소형 중국 국기를 흔들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