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정책 가속… “안전성 문제는 건설 과정서 반영”

입력 2011-12-23 19:37


한국수력원자력이 23일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후보부지로 경북 영덕군 영덕읍 일대, 강원 삼척시 근덕면 일대 등 2개 지역을 선정했다고 발표하는 등 정부의 원전 정책이 가속화되고 있다.

정부가 잇따른 국내외 원전 사고·고장으로 원전 운영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커진 상황에서도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 후보지 두 곳을 전격적으로 선정, 발표한 것은 더 이상 원전 건설을 늦췄다간 향후 전력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식경제부 강경성 원전산업정책과장은 “원전은 급증하는 전력수요를 맞출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라며 “원전 부지 선정에서 준공까지 12∼13년이 걸린다.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10∼20년 후 전력수급에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제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2008∼2030)에 따르면 정부는 전력공급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설비 기준)을 현재 23%에서 2030년 41%까지 늘릴 방침이다. 여기에 필요한 원전은 40기 정도다. 현재 21기가 운영 중이고 7기는 건설 중이며, 6기는 부지 선정이 완료됐다. 나머지 8기는 이번에 후보지로 선정된 강원 삼척과 경북 영덕에 각각 4기씩 건설된다. 완공은 2023년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당초 계획대로 원전 건설을 추진하는 것이지 속도를 높이는 건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원전 후보지로 선정된 삼척과 영덕 중 삼척의 경우 주민들의 찬성률이 절반에 미치지 못해 당장 크게 반발하고 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이날 신규 원전 후보지로 삼척이 선정된 것과 관련,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다”며 “원전 건설에 대한 국민적 합의와 원전의 안정성에 대한 국민적 납득 및 이해가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원전 건설을 확대하는 것은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도지사로서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진보단체들도 잇따라 성명을 내고 삼척의 신규 원전 부지 선정 취소를 촉구하고 나섰다.

원전 부지선정위원회 김영평(고려대 교수) 위원장은 서울 삼성동 현대아이파크빌딩 별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환경성(35점), 주민수용성(30점), 건설적합성(20점), 부지적합성(15점) 등의 요소를 점수화해 후보지를 평가했다고 밝혔다. 안전성 문제는 건설 과정에서 반영하는 것이므로 후보지 평가에서는 반영하지 않았다는 게 김 위원장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환경운동연합과, 녹색연합 등 42개 환경?시민단체로 구성된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은 이날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규 핵발전소 후보지 선정 즉각 철회를 주장했다.

공동행동은 “지난 30년간 인류는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에서 핵 참사를 두 번이나 겪었다”며 “핵은 인류와 공존하기 힘든 에너지”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삼척과 영덕 지역은 그동안 핵발전소, 핵폐기장 문제로 수차례 몸살을 앓았던 곳”이라며 “후보지 선정은 주민의 고통을 무시한 처사일 뿐 아니라 또 다른 사고와 갈등을 낳는 씨앗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정현 최승욱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