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시대] 동급생이 공개하는 김정은 학창 시절 “영어못하는 2류 학생… 농구·게임에만 몰두”

입력 2011-12-23 18:36


“그는 영어를 못했고, 시험도 통과하지 못했다. 농구와 컴퓨터 게임에만 몰두해 있는 학생이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후 차기 지도자로 떠오른 김정은의 스위스 재학 시절이 공개됐다. 그는 컴퓨터게임과 농구로 주로 시간을 보내고, 공부에는 관심이 없었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이 당시 친구들을 인용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가 스위스 베른 인근 공립학교에 온 것은 15세 때였다. 현재 이곳 연간 학비는 1만6000파운드(약 2900만원)다. 나이키 운동화와 미국 농구팀 ‘시카고 불스’ 셔츠와 청바지를 입은 김정은은 베른 근처의 리버펠트 슈타인횔츨리 공립학교에 입학했다. 여교장은 “여러분, 이 학생은 북한에서 온 박 은(Un Pak)이고, 외교관의 아들입니다”라고 소개했다.

김정은은 이 학교에서 포르투갈 외교관의 아들인 호아오 미카엘로 옆에 앉았다. 그리고 친구 몇 명을 사귀었다. 현재 요리사로 일하는 미카엘로는 “우리는 그 반에서 가장 못하는 애들은 아니었지만 똑똑하지도 않았다. 우리는 항상 이류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영어로 자기 소개하기를 힘들어했다. 어떤 질문을 받으면 늘 허둥지둥했다. 선생님은 그가 너무 부끄러워하니까 자리를 옮겨줬다. 그 이후 김정은은 시험을 보지 않아도 됐다. 그는 수업보다는 축구와 농구에 더 관심이 있었다. 마이클 조던의 열혈팬인 김정은은 실제로 농구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과목 중에서는 수학을 잘했다. 학교 친구들은 그가 수업을 못 따라가서 과외가 필요한 것으로 기억했다.

김정은이 공립학교로 옮기기 전 다녔던 국제학교에 함께 있었던 이는 “그가 학교에 왔을 때가 1993년이었다. 김정은은 영어를 못했다. 액센트가 강해서 과외수업을 받았다”며 “독일어도 배웠지만 실력은 좀처럼 늘지 않았다. 별명은 공부를 못해 ‘딤정은(Dim Jong-un)’이었다”고 말했다.

베른에 있는 북한 대사관은 김정은의 교우관계 등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김정일은 아들이 미국 문화에 빠지는 것을 경계했다. 미카엘로는 “우리는 거의 매일 오후에 같이 지냈다. 그는 종종 나를 식사에 초대했다. 그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해주는 개인 요리사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정은의 집에는 또래가 가지기 어려웠던 TV와 비디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등이 있었고 요리사와 운전사, 개인 교사가 있었다.

미카엘로는 “우리는 주로 거실에서 성룡이 나오는 쿵후 영화를 즐겨봤다. 방과후에는 농구장에서 만나 공을 던졌다. 그가 술을 마시는 것은 본 적이 없고, 여자에도 관심이 없었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북한 얘기는 거의 하지 않았지만, 미카엘로는 그가 향수병이 있다는 것은 알았다. 그가 북한 노래만 들었기 때문이다. 미카엘로는 김정은과 함께 북한 찬양가를 1000번도 넘게 들었다.

미카엘로는 “나는 그가 북한으로 떠나기 직전인 2000년 어느 날, 그의 정체를 알게 됐다. 학교 앞에 검정색 벤츠가 서 있었고 경호원들이 있었다. 그는 자신이 북한 최고 지도자의 아들이라고 알려줬다”고 회고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