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시대] 경색이냐 화해냐… 신년사가 분수령
입력 2011-12-23 19:24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으로 갈림길에 선 남북관계가 내년 초 분수령을 맞게 될 전망이다. 북한은 다음 달 1일 관영 매체를 통해 신년 공동사설을 발표한다.
남한도 연초 이명박 대통령 신년사와 외교안보 부처 업무보고(1월 4∼5일)를 통해 대북 메시지를 내놓을 예정이다. 이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도 잡혀 있다. 남북 간에 숨 가쁜 메시지 교환이 이뤄지게 됐다.
청와대는 연일 참모들이 모여 신년사 내용을 조율하는 독회(讀會)를 하고 있다. 당초 준비해 온 신년사 주제는 경제였다. 그 중에도 내년 서민경제와 직결된 ‘물가 안정’에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그러나 김 위원장 사망 이후 남북관계 메시지가 전면에 부각되도록 대폭 수정하는 중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신년사의 기본 골격은 지난 20일 발표한 정부 담화문”이라며 “그 담화문은 ‘북한 주민들에게 위로’라고 할 거냐, ‘북측에 위로’라고 할 거냐 등 굉장히 심사숙고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했다. 담화문은 북한 주민에 대한 위로, 북한의 조속한 안정 희망, 한반도 평화·번영 협력 기대, 북한 애도기간 배려, 성탄트리 점등 유보 등의 메시지로 구성돼 있다.
이 대통령 신년사는 북한의 신년 공동사설이 나온 뒤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이미 “북한을 적대시하지 않는다. 남북관계가 유연해질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고 북측 반응을 기다리는 중이다. 북한 새 지도부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신년사 대북 메시지는 시시각각 달라질 수 있다.
이 대통령은 23일 김 위원장 사망 이후 처음 청와대 밖으로 나왔다. 오전 8시30분 서울 신당동 한국청소년상담원에서 여성가족부 새해 업무보고를, 오전 10시30분 정부과천청사에서 보건복지부 업무보고를 받으며 사실상 ‘정상업무’로 복귀했다.
이 대통령의 비상체제는 당초 김 위원장 영결식인 28일까진 계속되리라던 예상보다 훨씬 앞당겨 완화됐다. 해외 신용평가사들이 지정학적 리스크를 이유로 우리 측에 계속 상황을 물어오고 있어 경제 분야 불안감 해소를 위한 조치로 보인다. 외교·국방·치안 분야를 제외한 공무원 비상근무령을 해제한 것도 최근 관가 송년회가 전면 중단되면서 연말경기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같은 조치 역시 북한으로선 유화적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는 대목이다.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때는 장기간 고강도 경계태세와 비상체제가 지속되면서 남북 긴장이 고조됐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