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김정일 사후 ‘보수노선 견지’ 득·실 논란… “집토끼 단속 승부수” vs “외연확대 기회 상실”

입력 2011-12-23 19:22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안보정국에서 정통보수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사망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조문단 제안을 단호히 거부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집토끼(보수지지세력)’를 단속하겠다는 의지로 읽혀진다. 복지와 민생을 강조하는 등 ‘좌클릭’했던 최근 상황과 대조적인 것으로, 장기적으로는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장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박 비대위원장은 지난 19일 비대위 출범 직후 김 위원장 사망 관련 당 비상대책회의에서 “천안함·연평도 사건이 1년여 지났고 아직 가슴 아픈 사람들이 많으므로 조의를 논할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21일에는 민주통합당 원혜영 공동대표의 국회 차원의 ‘국회조문단’ 제안에 대해 “정부가 조문단을 파견하지 않기로 했고 정부의 기본 방침과 다르게 가선 안 된다”며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박 비대위원장의 이 같은 태도에 대해 당내에선 안보정국에서 청와대와 긴밀하게 호흡을 맞추면서 당·정·청 관계를 안정적으로 이끌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가 제기된다. 또 지난 8월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이스’ 기고문에서 “군사적 도발과 핵 위협으로는 오직 가혹한 대가만을 치를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듯이 대북문제에서 단호한 입장은 박 전 대표의 일관된 스탠스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선 김 위원장 사망을 계기로 마련된 대북정책 전환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정두언 의원은 23일 “중도보수가 대세가 된 한나라당이 경제정책뿐 아니라 대북정책에서도 전향적 변화를 보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이번 조문정국이었으나 ‘박근혜 체제’는 이를 놓치고 오히려 더 과거로 선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최소한 이명박 정부보다는 앞서 가야 하는데 그보다도 못하니…”라고 꼬집기도 했다. 정 의원은 김 위원장 조문문제에 유연함을 보일 경우 보수층 이탈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의견에 대해 “선거 승패는 중도세력의 향배에 달렸다는 게 정치의 상식인데, 이게 영남 패권주의에 찌든 한나라당의 한계”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21일 열린 비대위·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그동안 정통보수 목소리를 대변했던 김무성 의원도 “과거에 취했던 자세대로 대북정책이 너무 경직돼서는 안 된다”며 “남북관계가 발전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근혜계 한 의원은 “박 비대위원장은 집권여당의 수장으로 국민을 안심시키며 조문논란을 둘러싼 정치권의 갈등을 잠재워야 할 책임이 있다”며 “중산층 복원과 외연확대를 통한 인적쇄신 등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